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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제155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난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외떨어진 장소에 외로운 듯 당당하게 자리한 이발소.
쓸쓸해 보일 수도 있는 풍경이지만 푸르고 드넓은 바다가 그것을 커버해 단조롭지만 평화롭고 고즈넉한 느낌마저 주고 있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조그만 해변 마을 역에서 버스를 타고 산자락을 끼고 해변을 따라 몇 번째 정거장에서 내려 걸어가면 나오는 이발소. 이발소 가는 길이 이렇게 번거로울 수가 있나 싶으면서도 묘하게 다가올 듯한 사연이 몹시 궁금해진다. 인터넷상에 유명해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찾은 주인공은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취재의 목적이 아니고서야 그 고장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찾아갈 정도라면 뭔가 답답한 사연이 있을 법도 한데 이발소를 찾은 주인공을 향해 이발사는 여자가 머리 스타일의 변화를 주고 싶을 때는 심경의 변화가 생겼을 때라는 말을 하며 주인공과 이발사의 사연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는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일본 특유의 잔잔함이 전해지지만 한순간에 감정이 몰려올 만큼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일본스럽다는 느낌을 고스란이 전해주지만 그것이 전혀 싫지 않고 오히려 그 잔잔함에 마음이 무장해제됨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딸아이의 죽음이 가져온 부부의 변화와 살아있었다면 성인이 되어 성인식을 치를 딸아이를 위해 정성을 쏟아 성인식을 준비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성인식> 은 '죽음'이라는 엄청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극도로 어둡고 무겁지 않은 느낌을 준다. 그런 느낌의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던 날 아침으로 무한반복 돌아가 후회하고 자책하며 힘들어하는 부모의 모습조차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는 느낌보다는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또 다른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죽은 딸아이를 대신해 '성인식'을 대신 치르는 부모는 자식의 죽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순 없지만 그것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리란 다소 희망적인 기대를 가져보게도 됐다.
각자 주인공들에겐 인생에서 힘든 사건들이지만 극도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잔잔하게 담아내고 있는 문체가 매력으로 다가왔던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빛나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