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인생의 키워드 2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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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마다 중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하지만 당장은 바쁘니까, 조금 귀찮으니까, 사실은 방법을 잘 몰라서, 라는 온갖 이유로 내 자신과 마주하기를 어려워하지는 않는지 반문해보자. 뭔가 아는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 역시도 머리로는 알지만 찰나의 깨달음 뒤로는 오랜 시간동안 무척이나 자주 내 자신을 외면하며 살아왔다. 어색하기도하지만 맘 먹고 내 자신에게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게 뭘까?' 하고 물어봤자 당장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 자신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될 정도로 나 자신과 자주 만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많이 느끼고 있다.

이 책은 지금 당장은 우울하지 않아 힘들지 않고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습관처럼 해왔던 일에 당장 치이지 않고 내 체력이나 정신이 그것을 어느 정도는 받아낼 상태가 되었을 때보다 그런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허무하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을 때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가장 그 감정상태와 닮았을 때 읽는 것이 에세이의 매력이라면 매력인데 그로 인해 내면의 나에게 다가오는 힘은 실로 강력하다. 똑같이 느꼈던 감정이었지만 그것을 말이나 글로 내뱉어내지 않아 내것으로 다듬어지지 않았던 감정들을 책의 내용으로 다듬어 내 마음속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거저먹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내것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그렇다고 쉬운 것은 아니기에 글귀 하나하나를 읽는 동안 많은 생각과 많은 깨달음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지만 힘들다고 표현하는 것이 폐처럼 느껴져 차마 뱉어낼 수 없어 내안에 쓰레기처럼 쌓아놨던 감정들을 하나하나 펴서 정리해볼 수 있는 이 시간, 그런 깊은 위로를 주는 정여울 작가의 글이 좋다. 그런 감정상태에 놓이도록 놔두고서야 마음 속 울림이 있는 글을 보는 것이 애지간이도 미련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만큼 몇배는 강하게 다가오는 글들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빗장을 조금씩 풀며 편안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 30대의 마지막 문턱에 서 있는 나에게 지나서 고개 돌려 후회스러운 감정을 남기기보다 그래도 30대를 살아내서, 아직은 미련맞고 철딱서니 없는 자아들이 마구 튀어나와 힘들게 할 때가 더욱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뾰족한 모가 조금 더 뭉툭해지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경쟁하는 삶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인정받기 위해 앞만 보며 힘들어하는 삶이 아닌, 그저 내 자신의 존재만으로도 가슴 벅차게 기뻐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 기운찬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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