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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그리고 분노하는 - 신과 악마 그리고 인류 정신들의 이야기
김유정 지음 / 자유정신사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용기를 가지려면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분노해야 하며, 분노하여 고귀한 결과를 얻으려면 냉철해야 한다. 용기를 넘어, 행동하기 위한 냉철한 분노는 고귀한 것이다.p.9
정당하지 않음에서 오는 분노가 냉철함으로 이어지려면 이성적인 생각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지만 철학은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분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냉철함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인간은 고귀함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쉽게 얘기하는 듯하지만 실로 이 부분은 굉장히 어렵고 실천하는 것도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정당하다고 여기면서도 그것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았던 것은 냉철한 분노에서 비롯되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이 '냉철한 분노'야 말로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음의 기초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구성은 너무나 신선하다. 2,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가 철학자라는 단어만 접해도 떠오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35명의 신과 악마, 철학자들이 모여 지상의 인간들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주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형식으로 어렵게 다가오는 철학이란 학문을 토론이란 방식으로 이끌어냄과 동시에 각 인물들이 생전에 주장했었던 사상들을 주제에 녹여 우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한 인물에 대해 다루었던 기존의 책들에서 오는 고독하고 외롭고 어떨 때는 결벽주의나 염세주의라는 극한의 이해할 수 없는 감정으로까지 끌고 갔었던 인물들의 사상에 대해 여러 인물들과 비교가 가능함으로써 문장으로만 해석했던 철학의 이해가 얼마나 얕고 무지했었던가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그동안 이해할 수 없었던, 또는 이해하고 싶지 않은 사상을 이야기하던 철학자들에 대해 선입견을 깨고 다른 눈으로 볼 수 있게끔 만들어줬고 이분법적이거나 고약할 정도로 강한 주장을 하였거나 말도 안되는 이상적인 세계만을 추구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던 철학자들이 했던 격렬하고 강한 말들의 시작은 어쩌면 인간이 가장 아름답게 살기 위한 하나의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을까.............
철학이란 어렵고도 어려운 학문에 대해, 그런 느낌의 철학자들에 대해 그동안의 선입견을 무장해제시킬 수 있었던 책이었고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철학자들간의 이야기의 결론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는 동안 철학이란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고 철학이란 어려운 학문을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