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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크리스티네 튀르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살림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그녀의 미국 3대 트레일 종주 다이어리
독일 중견기업의 재무관리 책임자였던 '크리스티네 튀르머', 업무 능력은 뛰어났지만 혹독한 회생정책을 쓰는 바람에 기업 운영진이나 노동자경영협의회, 동료들에게 적대감을 산 것을 계기로 그녀는 해고를 당하게 되고 평소 알고 지내고 펜트하우스에 멋진 차를 타고다닐 정도로 성공한 지인이 뇌졸증으로 쓰러져 죽는 것을 계기로 그녀는 PCT로 향할 결심을 굳히게 된다. 4,277km로 멕시코 국경선인 캄포에서 캐나다 국경선까지 이르는 구간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몇년 전 '와일드' 라는 책과 영화를 통해 PCT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았고 그 책을 읽을 당시 개인적인 일로 꽤나 힘들어했었기에 PCT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영어도 안되고 가족과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그것을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울뱀과 코요테, 곰을 만나는 것은 물론 춥고 더운 기온과 급하게 물이 떨어졌을 때 냇물을 직접 정수해서 먹을 정도로 극한의 환경을 견뎌낼 수 있는 정신력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란 생각을 며칠동안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PCT를 열망했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크리스티네 튀르머'가 PCT에 오르기로 결심하고 그것을 실행해나가며 멕시코 국경에 발을 내딛는 순간까지 잠못 이루며 긴장했었던 미세한 감정까지 이제 막 내가 PCT에 오른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PCT를 걸으며 그녀가 만났던 스루하이커들과의 추억, 기억에 남는 장소에 대한 추억들과 PCT에 도움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 있어 관심있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보통 감정이 많이 실려 있는 여행기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정적인 느낌보다는 덤덤하고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글귀가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PCT에서 '저먼투어리스트'라는 트레일 별명을 얻으며 4,277km의 PCT를 넘어 CDT(4.900km), AT(3,508km)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하며 미국 장거리 하이킹 협회가 세 트레일을 모두 완주한 사람에게 주는 트리플 크라운을 받았을 정도로 트레일계의 한 획을 그은 그녀의 침착하리만치 덤덤하고 이성적인 트레킹 여정이 담긴 <생이 보일 때까지 걷기>
PCT만 다룬 것이 아닌 기존에 알지 못했던 AT와 CDT를 걷는 여정 이야기까지 들어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노숙자와 스루하이커의 차이가 '고어텍스'라는 유쾌한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힘든 삶에서 오는 고행길이란 느낌보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왠지 유쾌함이 남았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