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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학교를 안 갔어! - 아들과 훌쩍 떠난 세계일주 1년, 아빠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백은선 글.사진 / 책과나무 / 2017년 4월
평점 :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제목만 보고도 뜨헉할만한 <1년 동안 학교를 안갔어!> 는 삼부자가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는 여행에세이다. 20년동안 쉼 없는 직장생활로 뒤늦게 찾아온 사십춘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결심하고 아내와의 협상 끝에 두 아들을 데려가는 조건으로 1년이란 세계 여행을 허락받은 저자. 아이를 데리고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가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세계여행이라니! 그만큼 여러가지로 지쳐있던 저자가 그렇게라도 여유없었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 짠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워킹맘으로 몇년을 살며 회사와 육아에 지쳐있던 예전의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기에 세계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던 저자의 마음이 더 깊이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요즘같은 세상에 직장을 내팽개치고 더군다나 아이들을 1년이나 장기 결석을 시켜가며 세계 여행을 다닌다고하면 부럽고 멋있다는 말 뒤에 그런 일을 선뜻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정상이며 모두 다 그렇게 살아내고 있는 삶을 버텨내지 못함을 은근히 질타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몸과 정신이 망가지는 삶보다 1년이란 시간을 들여 나와 아이들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을 되새길 수 있다면 1년이란 공백이 무슨 대수랴 싶다. 딸과의 여행길을 오르고 싶은 맘은 항상 굴뚝같지만 세상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생각하면 자꾸만 내려놓게 되는 것이 여행이란 것이기에 저자의 행보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인도의 가로등에 부딪쳐 이마에 혹이 불룩하게 솟아났던 사진에서도 형은 그런 동생의 모습이 재미있기만한 사진은 엄마가 아니라 아빠이기에 유난스럽지 않고 '허허'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2시간 안에 공항에 가야하는 상황에서 펑크가 났던 파리 여행, 말라리아 약 부작용으로 고생했던 일 등은 여행이란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 중에 생겼던 일로 위험하고 긴박했던 순간이었지만 뒤돌아보면 그것조차도 추억으로 남아 되새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삶이 고달파 떠나는 여행에서 정신없이 바빠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던 하루하루의 소소함이 그저 고맙고 소중했었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을 많이 보곤하는데 같은 상황 아들과 아버지가 느꼈던 기억은 다를지 몰라도 함께라서 평생을 가슴안에 안고 뿌듯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