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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다이어리
케빈 브룩스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제목만으로도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었던 <벙커 다이어리>
큐브나 더 홀의 영화같은 느낌이 제목에서 물씬 풍겨졌기에 왠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책장을 쉬이 넘겨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때이른 아침 승강장에서 팔에 붕대를 감은 시각장애인이 가방을 밴에 옮기려고 끙끙거리는 것을 본 라이너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그는 시각장애인을 도와 가방을 밴에 옮겨주기 위해 차안에 들어섰다가 정신을 잃는다. 정신이 들었을 땐 휠체어를 탄 채 승강기 안에 들어있었는데 라이너스가 본 광경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여섯개의 방, 여섯개의 의자, 식탁, 여섯개의 플라스틱 포크와 접시... 나가는 곳은 철저하게 차단되어졌고 그 공간에 혼자 있던 라이너스는 부자인 아버지로 인해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자신이 납치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섯개로 이루어진 식기들과 침대들을 보며 의아함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홉살 여자아이 제니, 마약 중독자 프레드, 미모의 부동산업자 아냐, 흑인 물리학자 러셀이 차례로 잡아오기 시작하고 연결고리 하나 없는 그들은 왜 이 공간에 잡혀오게 된 것일까? 도청과 감시카메라로 끊임없이 감시당하고 있는 그들은 탈출 시도를 하게 되지만 그럴 때마다 불을 넣어주지 않거나 음식을 주지 않는 등의 제재가 따르게 되고 점점 탈출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라이너스와 제니는 이 공간을 탈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일상과 다를바 없는 나날을 지내다 갑자기 납치 된 사람들의 이야기. 납치되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소름돋게 오싹함이 다가왔는데 이유는 모르지만 한 공간에 잡혀온 사람들은 서로를 헐뜯고 자신의 의견만을 내세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이고 그런 어른들의 행동을 보는 라이너스와 제니에게 어른들의 세계는 암담할 뿐이다. 인간의 어두움 마음속에 갇혀버린 벙커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어둡고 비현실이라 믿고 싶은 이야기가 전해주는 암담함은 책을 덮고도 오랫동안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