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민국
양파(주한나) 지음 / 베리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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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one small step for a girl, but one giant step for all.

(우리에겐 소심한 한마디일지 몰라도, 그 한마디가 모여 사회를 바꿀 테니까.)​ 

혐오라는 말이 최근에 갑자기 이슈화되어 들끓기 시작했다. 더불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에 관련된 책들도 쉽게 눈에 띄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혐오스럽다는 말은 늘 존재해왔고 비인격적이고 불평등했던 사회속에 약자인 사람들은 끊임없는 부당함과 차별앞에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어줍잖은 시선에 의해 혐오라는 단어로 재탄생하는 것을, 어린 아이들조차도 쉬이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그 단어를 접할 때마다 나는 온몸에 털들이 바짝 곤두서는 느낌을 받곤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중요한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아진 지금 그래서 더욱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싶다.

1913년 6월 런던에서 열린 경마대회에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중이었던 에밀리 데이비슨이라는 여자는 달려오는 경주마 앞을 뛰어들어 죽게 되는 사고가 발생한다. 죽음을 내걸만큼 긴박하고도 비장했던 그 무언가는 무엇이었을까? 에밀리 데이비슨의 외투에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이라는 문구가 새겨 있었다고한다. 

선거철이 되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 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투표를 한들 이 나라가 바뀌겠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을 한두명쯤은 볼 수 있다. 국민된 권리를 투표료 행사해야한다는 학습을 어릴때부터 받아왔지만 솔직히 왜 투표를 해야하는지 20대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나라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고 페미니스트이 그간 얼마나 노력하며 이 세상을 이만큼 바꾸어놓았는지 알면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거라고 나대면서 소리쳐봤자 나만 상처받을거라고 움츠려들었던 시간들, 같은 여자들 사이에서도 여성혐오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고 무슨 사건의 화두에 여자가 있을 땐 직장 상사들이나 어른들이 마녀사냥하듯이 싸잡는 발언에 쉽게 반격하지 못하고 쉬쉬하며 그냥 지나쳤던 것이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가정 폭력을 당하며 일면식도 없이 죽음을 당하는 일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그냥 사고일 뿐이니 확대해석하지 말라고 짜증을 낼테지만 세상에 그냥 아무 상관없이 일어나는 사고란 없는 법이다. 그래서 목소리를 높이기로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갈 미래를 위해 비난과 욕설을 들으면서도 감수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저자의 생각을 보며 비로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재수없어 일어났던 그 사건은 운이 나빴다면 내가 당할 수도 있었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아직도 너무 많은 여성혐오 발언과 외모로만 판단되어지는 상황들이 개선되었다고는하나 그 수준이 미비하기 때문일 것이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겪었고 보았던 사건들이 내 아이에게 그대로 미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래서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감정싸움에 휘말리기 싫어서, 한대 얻어맞을까 두려운 마음으로 입밖에 내지 못했던 말들을 이제 더이상은 삼켜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다 조금의 변화라도 일어나게 하려면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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