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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제니퍼 매카트니 지음, 김지혜 옮김 / 동아일보사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정갈함과 근검절약이 몸에 밴 일본인들과 잘 어울리는 미니멀화.
최근 미니멀리스트가 유행하면서 실용도서로 많이 접할 수 있는 도서가 정리 기술의 방법등을 소개한 책이 아닐까 싶다. 물건의 간소화로 환경은 물론 청소도 용이하고 무엇보다 절제의 미덕을 갖출 수 있는 미니멀리스트.
정리에 대한 압박감은 늘 있었지만 미니멀화로 휑하디 휑한 집안의 살풍경한 모습은 시각의 충격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미니멀화에 대한 장점을 보니 쾌적한 생활은 물론 과소비하지 않는 절제가 몸에 밸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미니멀화를 생활하고 있는 일본인들이 낸 책을 한동안 열심히 봤었다. 하지만 역시 그것을 실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동력이 따르고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하던 어느 날 지저분함이, 너저분함이 뭐가 문제냐고 되려 따지는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책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정리정돈에 대해 무수한 잔소리를 듣고 살아간다. 심지어 정리정돈 잘하는 아이가 머리도 좋고 성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에 방을 항상 너저분하게 하고 사는 딸아이의 방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더욱 많아지기도 했던 것 같다. 물건을 많이 소유할수록 내 영혼과 멀어지며 내 자신에게 귀기울일 여유를 그만큼 뺏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에 이도 저도 안되는 생활태도에 패배감마저 느끼게 되기를 여러번이었는데 도리어 이런 나의 모습이 정상이라며 어지르고 사는 것을 즐기라고 말하는 저자. 이 한마디에 그동안 쌓였던 울분이 씻겨 내려가는 듯한 위로를 받긴하였지만 물건을 있는대로 사고 또 사라는 저자의 말에는 당최 동의할 수가 없었다. 내수화를 생각하면 일리 없는 말은 아닌듯하지만 내 경우를 떠올렸을 때 정리안된 혼돈의 블랙홀 속에 찾지 못해 같은 물건을 또 샀던 경우가 몇번이나 있었기에 마음의 위로는 가지만 역시 소파에 과자 봉지가 있고 그것을 정글과 언덕으로 비유하여 살아가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이 또한 어렸을 때부터 학습되어온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책에 나온것처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어지르고 싶지도, 미니멀리스트처럼 휑뎅그렁한 집을 만들고 싶지도 않은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역시 이 책을 통해 정리정돈의 죄의식과 패배감은 어느정도 씻겨져 속은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