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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평점 :
주말에 티비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보게 된 보노보노.
가끔 딸아이가 고개를 직각으로 꺽으며 "나 때릴거야?" 라고 말해 평소 내가 딸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적이 없는데 이 무슨 말이지? 하고 멘붕으로 몰아넣었던 그 대사가 보노보노의 포로리라는 다람쥐의 대사였다는 것을 알면서 관심이 가졌던 것 같다. 평일엔 늘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바쁜 아이가 무심히 돌리던 채널에서 나오던 보노보노를 몰입하며 보는 것을 보고 '만화가 무척 단조로운데 재미있게 보네' 하면서 지나쳤었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엔 별다를 것도 없고 뭔가 굉장한 코미디가 숨어있지도 않은 만화여서 그랬는지 딱히 기억에 남을만큼 인상을 받지 못해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시큰둥했었다.
그런데 별 기대없이 펼쳐보게 된 책에는 보노보노와 주변 캐릭터들에게 투영된 인생을 엿볼 수 있어 그 어떤 에세이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단조롭다고 생각했던 만화에 그렇게도 심오한 인생 철학과 따스함이 숨어 있었다니 보면 볼 수록 놀라움으로 다가왔는데 보노보노를 통해 정답이 없는 인생의 무거움과 거추장스러움, 힘듦을 내려놓는 작가의 공감어린 말들에 위로와 찌질했던 내 모습들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가족, 친구, 직장생활, 나의 고민들...
보통 사람들이 매일마다 마주하게 되는 일상과 고민들은 나만 힘든 것 같지만 모두 같은 어려움과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고 그런 고민들을 얼마나 자기 식으로 풀어 극복하고 정화시키느냐가 사람들 각각의 이미지로 굳어지는데 작가가 바라보는 시선, 고민들에 공감이 가면서도 나는 왜 이렇게 좋은 글로 그때 그때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을까? 란 생각도 같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공통된 시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어떤 캐릭터에 투영해 이렇게 멋진 글로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 또한 작가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제목만 봐서는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 책이지만 이 한권에 인생에 대한 모든 공감이 들어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보는 내내 작은 파동으로 나를 흔들어놓았던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축 쳐져있던 어깨와 비루했던 자기 연민을 뒤로 하고 나와 내 가족, 가까운 지인들에게 큰 것은 아니더라도 활기차고 즐거운 안부 인사를 남겨봐야겠다. 그리고 오늘도 기억에 남을 소중한 하루가 되도록 순간순간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