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삼신할미들 - 마리아 관음을 아시나요 - 한국에서 뿌리내린 기독교와 불교, 그리고 삼신할미와 마리아 관음까지!
황경식 지음 / 행복에너지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최근에 나온 법정스님 관련 책에서 길상사에 마리아 관음상에 대한 이야기를 보았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아 평소 종교에 대한 믿음과 관심이 부족하기에 길상사에 마리아 관음상 사진을 보고 '이게 뭐지????' 하는 당혹감이 맨 처음 들었었다. 하지만 길상사 관음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종교의 화합이라는 주제 전달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법정 스님은 살아계실 때도 천주교에 가서 강의를 하실 만큼 종교의 구분없이 두루 왕래를 하셨고 종교를 넘어서 사랑과 이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고 한다. 단순히 그 정도의 종교 지식밖에 없었기에 <마리아 관음을 아시나요> 가 주는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이 책은 1장 삼신할미께 비나이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우리의 전통 민속신인 삼신할미에 담긴 설화와 삼신할미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얼마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도깨비'라는 드라마에서 삼신할머니가 젊고 예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독특한 이미지가 매우 재미있게 다가왔었다. 딸아이는 그 신이 무슨 신인지 잘 몰라해서 드라마를 보면서 설명해 주었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크던 시절만해도 아이를 낳았다고 대문에 금줄을 거는 일이 없었기에 나도 사극을 통해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지금과는 달리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던지라 출산중에도, 출산 후에도 죽는 일이 허다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연세가 60대 중반인 시부모님이 장남인 남편을 낳고 바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던 이유가 예전엔 아이를 낳으면 많이들 죽어서 바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나름 충격이었는데 그런 세월을 살아오셨으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장남인 남편은 집에서 출산을 하셨고 지금 시대에도 미신을 많이 믿으시는 어른들이시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삼신할미 이야기를 듣고보니 이해가 많이 가졌던것 같다. 삼신할미 설화에 등장하는 당금애기 이야기는 성모 마리아 이야기와 비슷해서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제 2장 기독교와 성모 마리아 편에서는 천주교가 조선에 발을 들여놓게 된 역사적 배경과 신해박해, 신유박해, 기해박해, 병오박해, 병인박해로 이어지는 천주교 탄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천주교 선교사 9명을 비롯해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절두산, 해미읍성에서 처형되었는데 양화진을 '머리를 자른 산'이란 뜻의 절두산이라고 부를 정도였다하니 병인박해 때 천주교 탄압이 얼마나 극심했는지를 알 수 있다. 몇년 전에 해미읍성에 갔을 때 호야나무를 본 적이 있었는데 한껏 멋스러움을 자랑하던 그 나무가 예전에는 철사줄에 매달린 신자들의 고문으로 피비린내나는 아비규환의 장소였다고 생각하니 오싹함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탄압을 받던 천주교가 일제시대를 거쳐 광복 후 이승만 정부와 정치적인 결합으로 교세를 확장하게 되는데 왜곡된 인상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문제지만 간과되어선 안되는 사실은 그 당시 수많은 선교사들이 농촌계몽운동에 참여하여 무지한 농촌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제 3장 불교와 송자관음 보살편으로 개인적으로는 3장이 제일 어렵게 다가와서 몇번을 읽게 됐는데 불교 용어 자체가 어렵다고 인식이 되어 그랬던 듯하다. 평소 절에 가는걸 너무 좋아하지만 불교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지라 어렵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장이었다.

 

우리나라에 크게 자리잡은 종교들의 역사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 역사적인 측면과 종교적인 측면 모두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오해하고 있었던 사실들과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었고 책 표지만 보며 어려울 거란 생각을 했는데 막상 읽다보니 예상외로 재미있게 읽어내려갈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