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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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이 돋아나고 꽃이 필 준비를 하는 봄이 오는데 몸은 아직도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요즘, 몸도 마음도 뭔가에 발목이 잡혀 무겁고 힘겨운 날들이 이어져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괜시리 서운함과 예민함이 밀려오던 요즘, 마음의 기복을 잡기 힘들어 그런대로 내버려두면 다시금 돌아오겠지...하며 놔두기를 여러 날... 류시화 시인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를 만났다. 이미 지나간 것을 붙잡아 힘들어하지 말고 훌훌 털고 일어나라는 말인가? 라는 생각으로 만나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더 깊이있고 심오하며 결국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어 마음의 빗장을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동안 책으로 만나 그의 고행을 동반한 여행에서 깨달았던 이야기를 만났다면 이 책은 그런 오랜 세월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더욱 깊은 연륜과 인생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인생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고자 떠났던 여행, 명상들이 지금 당장 누군가의 눈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본인은 그 여행을 통해 인생의 큰 것을 얻었으리라.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이야기들은 한껏 웅크렸던 내 마음속에 걸어들어와 조금씩 빗장을 거둬들였다. 아무 이유없이 찾아오는 무기력증에 속상한 마음과 될대로 되란식이 엉겨붙어 싸우는 동안 정작 껍데기인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 속에 따뜻하게 다가와 마음의 위로를 해주고 내가 예민해했던 것들이 그저 자연스러운 거라고, 예민한 생각을 풀어 멀리 바람에 날려보내게 해주었던 마법같던 글귀들. 학창 시절에 류시화 시인의 글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엄청난 인기가 있는 분이지만 내가 여고생이던 시절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할 수 있었는데 그때 만났던 류시화 시인의 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름 인생에 대한 쓴맛정돈 맛보았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현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멀었던 탓에 그때의 글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를 읽으며 학창시절 읽었던 저자의 글들이 생각나 생각지도 못한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이 오래 흘러 잊혀진 줄 알았던 그때의 글귀들이 신기하게 내 맘속으로 걸어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얻었다. 기대고 싶었던 내 마음과 몸을 온전히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나처럼 많이 지쳐있다면 책속에 들어있는 구절들에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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