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저널

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아무리 전달 루트가 발달해도,

현장에 나가서 자신의 눈과 귀로 확인하는 기자가 없으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잖아요."

7년전 주오신문의 사회부 기자 세키구치 고타로, 후지세 유리,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초등생 여아 납치, 성폭행 후 살인이라는

사건을 취재하던 중 용의자가 체포되고 마지막으로 납치되어

이미 죽었을 것으로 생각해

기사 정리까지 마친 급박한 상황에 아이가 극적으로 구조되는

상황이 발생되고 이미 발행 된 신문은 전국을 타고 나간다.

이로 인해 잘나가던 세키구치 고타로는 물론 밑으로 후지세 유리,

마쓰모트 히로후미, 당시 사회부장이었던 도야마 요시마사는 

좌천되게되고 매스컴과 유족에게는 사죄와

국민들과 타 부서에게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7년의 시간이 흘러 세키구치 고타로는 현경팀 담당으로

지방직에 몸담고 있고 후지세 유리는 특별 취재팀으로

마쓰모토 히로후미는 사회부를 떠나 정리부로 옮겨

기자 생활을 하게되지만 본사 사회부로의 재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여아 유괴사건 미수사건이 터지면서

세키구치 고타로는 7년 전 사건과 연결지어 생각하게 되고

오보에 대해 각자 생각은 다르지만 동일한 죄책감으로

여아 유괴사건 취재에 열을 올리게 된다.

그러다 두건의 여아 미수 사건에 이어 한 여자아이가

행방불명되게되고 이후 성폭행 후 잔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면서 사건의 행방에 다가서기 위한 기자들의

열정을 볼 수 있다.

평소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기자 출신이고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시선이 담긴 글맥을 좋아하기에

<미드나잇 저널>을 쓴 혼조 마사토의 직업정신을 고스란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펼치게 됐던 책이었다.

초반에는 신문사 시스템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그것을

이해하느라 읽는 속도가 더디었는데 중반부를 넘어가자

사건의 진행 속도감이 붙어 정신없이 읽게 되었다.

기자들이 수면 부족이라는 것은 매체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책을 보면서 '아무리 특종이라고해도 저렇게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던 것 같다.

한편으론 그렇게까지 열정을 다할 수 있음이 부럽고 멋있기도

하였는데 그것 또한 기자란 직업의 특성이 아닐까 싶었다.

정작 본인은 잠은 커녕 좀비같은 생활을 이어간다해도

특종을 잡았을 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글을 읽는 나조차도 특종을 잡았을 때의 전율이 온몸에

전해져 왔을 정도니 말이다.

"기자의 무기가 펜인 이상, 까닥 펜을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죠. 우리는 칠 년 전 펜으로 피해자 가족에게

큰 상처를 주었어요. 그래서 마쓰히로는 두 번 다시 펜을

쥐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린 거죠." P392

"그래도 그렇지 강간 사건에 사 년 반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

형법상, 강간죄는 '삼 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정도 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강도죄는 오 년 이상의 유기 징역인데

강간은 겨우 삼 년. 강도치사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데 강간치사죄는

'오 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그치니, 법률상으로는 강도죄보다

형량이 가볍다. 강간은 여자 입장에서는 마음을 살해당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겨우 그 정도 형기로 죗값을 치를 수 있으니 피해 여성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녀들은 그 후에도 마음의 상처를 짊어진 채

대인공포증에 걸리거나 남성불신에 빠져 사회에 복귀하기가 어렵다.

가해자가 출소해서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 공포에 시달린다고도

하는데....." P444

모든 기자들이 정의에 불타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윗선에서 지시하는 적당한 일만 하는

안일주의자들도 아닐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신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고

요즘같이 SNS나 인터넷 기사로 빨리 올라오는 기사 때문에

신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전과 다르다.

하지만 최근 기자 출신 작가분의 강연을 들으며

뭔가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불신으로만 차 있던 생각에 모순점이 많다는 것 또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기자가 아니지만 올곧고 강직함을 말과 태도로

보며 막연하게 기자란 직업이 저런 아우라를 만들겠구나..

란 생각을 해보게 됐었다.

<미드나잇 저널>을 읽으며 기자의 삶이 이런것이겠구나...

특종만 잡으려고 간도 쓸개도 없고 때론 사악하게까지

비춰지는 이미지만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고

더불어 일본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형량이 가벼운

강간사건들을 보며 경악과 충격과 분노를 자주 경험하게 되는데

딸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후지세 유리가 했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죄수도 인권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죄수의 인권 운운하면서 잔혹하게 유린당한 어린

여자아이의 인권보다 중한 것이냐고 묻고 싶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답답한 현실이 잘 반영되어서 그런지

감정이입하며 읽게 됐던 소설이다.

더불어 책을 덮으며 우리나라도 강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