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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예금통장 - 고백 그리고 고발 다음 이야기
안천식 지음 / 옹두리 / 2017년 1월
평점 :
"법원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법앞에 평등한가?" 이 두 문장을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면 나의 대답은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였을 것이다. 썩어빠진 법관들, 검사들, 변호사들 그 중에 의롭고 외로운 소수의 변호사나 검사..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현실감각이 없다라고 누군가 지적할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럴까? 아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법과 관련된 분들에 대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이면에는 정의를 구현하는 의롭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보다는 발등 한번 찍혀보는 셈치고 믿어볼까? 하는 마음일 것이다. 지금 당장 소송이 걸린 문제가 아니라면 법원에 갈일도 없고 변호사를 만날일도 없는 생활에 더없이 만족을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법과 관련된 분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썩을대로 썩어빠진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법관들의 이미지 뿐만은 아니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은 알고 있다. 뉴스를 통해 굵직굵직한 분들이 큰 죄를 짓고도 어떻게 그렇게 깃털만큼 가벼운 처벌을 받는지, 그것도 실형을 사는 일도 별로 없거니와 실형을 산다고해도 죄수들과는 엄연히 다른 특혜를 입으며 일반 죄수들과는 다른 죄값을 치르고 있다는 것도 모든 국민들이 모르는바 아니다. 그런데도 항상 근엄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군림하는 법관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가 좋을리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찢어진 예금통장> 은 아직까지도 많은 힘없는 사람들이 법 앞에서 더욱 힘없는 약한자로 전락하게되는 모습들을 가감없이 만나게 되는 책이다. 명백히, 충분히 사건에 대한 올바른 판결이 눈에 보이는데도 그것을 뒤집어 애매모호하게 판결해버리는 현실이 영화가 아니라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차라리 영화라면 한바탕 욕이라도 퍼부으면 그만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속에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면 만인앞에 평등, 정의의 구현이라는 말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반문하게 될 것이다. 책을 보는 내내 대체 무엇을 믿어야 하는 것인가?란 말을 되풀이하며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정의를 잡고 있었던 국민으로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일련의 사건들을 개인의 일로 치부하여 출판하기가 꽤 고민스러웠을텐데도 용기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 이야기를 들려주신 안천식 변호사님께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