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마리옹 -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노라 프레스 지음, 배영란 옮김 / 애플북스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분노할 수 밖에 없지만 분노를 뿜어낼 대상이 결국엔 나였음을 알게 되는 책 <열세 살 마리옹,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열세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학교안에서 일어났던 학교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마리옹. 무엇이 그 아이로 하여금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몰았을까.... 프랑스까지 가지 않더라도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이 얼만큼 잔인하고 비인간적으로 어른들을 그대로 따라 자기들만의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범벅이 된 세상을 만들어가는지 여러 사건들을 접하면서 아이들의 대담성과 비인간성, 잔인함에 놀라곤한다. 하지만 누가 아이들을 그렇게 내몰고 있었을까...이 책을 보면서 처음엔 마리옹을 그렇게 내몰았고 학급 분위기를 그렇게 내몰았던 아이들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치밀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론 학부모, 학교가 똘똘 뭉쳐 더이상의 이야기가 새어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내보인 비양심적인 행동들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비인간적인 세상에 우리들이, 내 아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숨막히게 힘들게 다가왔다. 가해자 학생이나 학부모는 아마 자기들 입장이 되어보지 못해서 그렇게 비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살아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비난의 눈초리에서 벗어나 살아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누구 하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때쯤되면 내 자신은 과연 떳떳한 것일까....다섯 식구의 모범적인 맏딸이었던 마리옹..이렇게 비상식적이고 이렇게 비도덕적인 이야기가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는 점이...너무 숨막힌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가슴이 찢기는 고통이 고스란이 느껴져 맨정신으로 보기에도 버거울 정도인데 읽는 내내 왜? 라는 반문을 끊임없이 내 자신에게 던져야했던 것 같다. 죽기 전까지 마리옹은 살려는 의지를 담아 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누구하나 그만두지 않았다. 나로 인해 죽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했던 짓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금쪽같던 자식을 떠나보내며 학교측에서 어떠한 답변도 받을 수 없고 위로의 말도 전해 들을 수 없음은 물론 철저하게 은폐하려는 의도까지 보였던 사람들이 마리옹의 유서에 쓰여졌던 이름에 내 아이의 이름도 있는지 물어보는 학부모의 물음에선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대립되는 감정이지만 그 마지막마저도 철저하게 유린당한 마리옹의 잘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나의 화를 누군가에게 배출하고 싶었던 못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너무나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자살로밖에 몰 수 밖에 없었던 마리옹. 딸아이를 잃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현실앞에서 무기력함을 맛보아야했던 부모...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그것이 마리옹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에 더욱 슬퍼지는 믿고 싶지 않은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던 마리옹의 이야기...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학교 폭력과 더불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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