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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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소설 제목으로 보이는 이 책은 지금 우리, 바로 대한민국을 향해 내지르는 모두의 바람을 담은 말이 아닐까 싶다. 리셋....하루가 멀다하고 영화같은 이야기가 빵빵터지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깨끗히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얼만큼 더 썩은 모습을 봐야 끝이 날까 싶은 힘도 없는 물음을 던지며 그래도 희망이 있을거야...라며 작은 불씨를 부여잡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과연 희망이란 있는 것인가? 반문해보고 싶다. 하지만 이런 반문을 누구에게 한단 말인가....썩은 이들에게 던져봐야 되돌아오는건 더 깊고 아픈 이야기들 뿐이다.


​나는 역사의 힘을 믿는다. 역사의 힘을 믿는다는 것은 '진보'를 믿는다는 말이다. 때로는 굽어가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며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갈 때도 있지만 어쨌든 역사는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믿는다. 이런 점에서 나는 어쩔 수 없는 '진보주의자'이며 '낙관주의자'자. 그러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역사가 아니면 희망을 찾고 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책 도입부에 나오는 이 말이 지금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말같아 울컥함과 동시에 뜨거운 것이 속에서 '화아'하고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없는 자들은 공통되게 느끼며 가진 자들은 하나같이 느끼지 못하는 바로 그것들...

​가진것이 없는 나로서는 가진것이 많아 하나라도 더 손에 쥐려고 아등바등하는 꼴이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그들은 또 가진것 없이 비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발끝에 때만큼도 못하다는 생각을 우리를 보며 하고 있을지도 모를테니...서로 이해 못할 족속인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보면 다시 슬퍼진다. 누가, 왜, 이런식으로 망할 나라를 만들어놓았단 말인가. 망할 나라를 만드는데 동조한 내 자신조차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이제 누구에게 희망을 걸며 어떤놈을 믿을 것인가....더이상은 신뢰도, 포용도, 희망도 없어져버린 우리들의 현재 모습...

​이 책은 다른 책들처럼 리더십의 부재로 인해 나라가 이모냥 이꼴이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춘추전국시대의 성현들과 그들이 만났던 왕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의 인문학과 철학을 저들이 배워야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이상적인 논리가 아니더라도 지금 당장 나라가 바뀌는 사회가 앞으로 나타날 수 있을지도 비관적인 이 시점에 리셋...은 허울좋고 듣기 좋고 망상적인 말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알게 된다. 한사람을 비난하여 아무것도 얻어지지 않는 제자리 걸음을 걷느니 나는 그 속에 포함되지 않은 깨끗하고 양심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벗어던지고 얼른 이 사태를 헤쳐나가야 할 것을. 며칠을 이어지는 네 잘못 내 잘못을 따지기보다 최선의 방책을 강구해서 힘을 모아야 할 때임은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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