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다이어리 1
정수현.김영은 지음 / 곁(beside)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조선판 퓨전 사극 로맨스!

나는 퓨전 사극은 보지 않는다. 정통 사극만을 고집하며 공중파에서 방영하는 사극도 역사적인 사실주의에 입각한 사극만을 고집해서 보는 편이다. 그러하기에 픽션이 가미된 사극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최근에 방영된 '구르미 그린 달빛'이 인기리에 방영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역시 오래전부터 고수해온 정통사극을 고집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한양 다이어리」라는 독특하며 가볍게 다가오는 제목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퓨전 사극/ 픽션 사극을 쓰시는 작가님들도 역사를 몰라서 그렇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넣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철저한 고증을 통한 사전 자료 수집도 많이 할 것이다. 정통 사극이란 틀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았던 나로서는 이 책이 그 틀을 깨고 나오는 시발점이 되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역으로 생각해보니 역사라는 것이 가볍게 다루어져서도 안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역사를 살아갔던 인물들도 같은 사람이었고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으로서 고뇌하고 힘들어했던 점은 같았을 것이다. 이렇게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어렵게 다가오는 역사에 대한 인식을 즐겁고 흥미있게 바꿔주는 역할에 있어서는 이런 퓨전 로맨스 소설이 역사에 다가가게 해주기 위한 촉매제가 되어주기도 할 것 같다.


이야기는 한양에서 좀 놀기로 유명한 이들이 모이는 구락부 원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바람둥이 을지로와 선대왕인 철종의 살아있는 아이로 나오는 청담, 그리고 조선의 왕인 이태원. 운명같은 장난으로 이들은 삼각관계의 소용돌이 안으로 휩쓸리게 되고 청담의 출생을 쫓던 대원군으로 인해 위태로워진 그녀를 구하고자 두 남자가 나서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보았던 권력자에서 역모자가 되어 그 식솔들이 모두 관노가 되거나 죽임을 당할 때 대를 이을 갓난쟁이 아이는 강보에 쌓여 우여곡절 끝에 어느 시골 촌부나 도사의 손에 자라게되는 이야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시대는 다르지만 철종의 아이로 나오는 이야기만 빼면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비스무리한 이야기와 별다를 것이 없다고 느껴지게되지만 알면서도 재미있게 읽어지는 것은 그들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리라. 현재 서울의 지명이 사람 이름으로 나와서 재미를 주고 좀 놀기로 유명한 이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라는 설정이 또 재미있게 다가왔다. 유교사상이 근간이 되어 몇백년을 내려왔던 조선시대에서 과연 저런 곳이 있었을까? 호기심이 일었던 「한양 다이어리」개인적으로 철종의 타다 남은 어진이 기억에 많이 남는 나로서는 그래서 더 집중해서 읽어지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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