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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망자, ‘괴민연’에서의 기록과 추리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7월
평점 :
도시괴담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미쓰다 신조의 토속적인 기담은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더 오싹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라 실제로 거실에서 혼자 읽다가 순간 소름이 돋아서 후다닥 덮고 안방으로 쫓기듯 들어간 경험이 몇 번이나 있다. 뻔한 이야기인데 왜 무섭게 느껴질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 어릴 적 시골에서 전해오는 이야기나 동네 할머니들, 언니들이 골탕 먹이려고 들려주던 오싹한 이야기가 뇌리에 강렬하게 각인된 탓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지만 아무튼 이런 유의 소설 중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펼쳐들 수 있는 작가 중 원탑은 역시 미쓰다 신조가 아닐까 싶다.
첫 번째 등장하는 '걷는 망자'편은 도쇼 아이가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겪은 이야기를 나중에 대학생이 된 후 '괴이 민속학 연구'를 하는 도쇼 겐야에게 들려주기 위해 들른 연구실에서 조수인 덴큐 마히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영매의 영향을 받은 아이는 일반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능력이 있었고 그로 인해 나름 그것들을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갔다가 겪은 죽은 망자와 마주친 기억은 너무 선명하기에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성년이 되어 그런 괴담들을 수집하는 겐야의 요청에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마히토에게 들려주는데 일반적으로 정말 죽었지만 원한이 있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원귀들의 이야기라고 받아들이는 관점을 뒤엎어 마히토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사건을 파고든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죽은 원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그런 끔찍한 행실을 살아있는 사람이 저질렀다고 결론 내리는 것 중 무엇이 더 무서운 일일까 생각해 보면 귀신도 무섭지만 그런 엄청난 일을 행한 사람이 더 무서워져서 소름이 돋았다.
이후로도 머리와 팔다리가 잘린 귀신과 연관된 집안의 얘기며 섬뜩한 이야기들이 서로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한다. 이런 일련의 괴이한 이야기들은 아이와 마히토의 괴이한 이야기에 기록되는데 영과 관련된 괴이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아이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추리하는 마히토의 활약이 꽤나 흥미롭게 다가온다. 서로 정반대로 생각하는 캐릭터는 이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건 아니지만 미스터리 측면으로 접근한다기보다 그저 그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나로서는 마히토 같은 캐릭터에 꽤 강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아마 내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관점이기에 그런듯한데 그래서 매 이야기마다 마히토가 사건을 풀어내는 어떻게 해석할지가 더욱 궁금하게 다가왔다.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들었던 무수한 이야기들, 누군가는 경험한 적도 있었음직한, 누군가는 그게 말이 되는 이야기냐며 피식 웃어넘기겠지만 시대적인 아픔과 처절함이 녹아있는 이야기들은 그 또한 다양한 삶의 방식이었고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삶이라 무서움 이면에 슬프게 다가올 때도 있어 매력적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