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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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고 기발한 내용들의 기저엔 늘 사회 약자들에 대한 투쟁이 깃들어 있어 지나칠 수 없는 설재인 작가님의 소설들은 그렇기에 신간을 만날 때면 반가우면서도 가슴 아프고 무거운 주제들이란 것이 느껴지기에 읽기 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게 된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을 섬세하고도 통찰력 있게 바라보는 문체를 대할 때마다 얼마나 고민하고 진심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고 대하는지가 느껴져 대단하다는 생각뿐인데 내가 읽었던 대부분의 소설들이 꽤나 무거웠던 주제임을 감안하면 사회 약자들을 대변해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 매번 감탄하게 된다.

일찍이 평범함을 거부한 은청과 지나는 성별은 다르지만 늘 붙어 다니는 친구이다. 여자애들에게 인기 좀 있는 은청과 여자애들에게조차 인기가 없었던 지나의 이런 친분은 어머니들의 각별함 때문에 이어지고 있었고 또래 아이들이 듣지 않는 록 음악이나 라디오를 들으며 평범함을 거부한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게 된다. 중2병에 걸린 초등학교 5학년이던 은청과 지나의 일상에 도시에서 이사 온 지택이란 아이가 이사를 오며 인생의 첫 강렬함으로 시작된 이들의 유년 시절이 그려진다.

친구가 은청이 밖에 없었던 지나는 특별하지만 평범한 말을 하는 은청과 달리 다른 어법에 유식해 보이는 지택에게 끌리게 되고 잘난 척을 하고 싶어 어릴 적 도서관에서 봤던 계란프라이 자판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지택에게 지금은 없어진 계란 프라이를 찾는 과정을 담아보자는 제의를 받게 된다. 둘은 지택과 연이 있었던 아저씨의 캠코더를 빌려 지나가 어릴 적 살았던 도시의 도서관으로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 떠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도와주었던 상냥한 화교들을 만나고 캠코더 주인이었던 아저씨의 찌질한 모습도 대면하게 되며 궁금했지만 묻지 못했던 지택의 비밀도 알게 된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감정으로는 알겠는데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그럴 수 있겠구나.. 어림짐작만 하던 것이 실제 현실이라면 너무 슬플 것 같은 내용들이 무작위적으로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읽고 있노라면 나도 그와 다를 바 없는, 소설 속 현실에 완벽하게 흡수돼버린 어른이란 사실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치부가 노출돼버린 수치심이 들어 마냥 흥미롭게만 읽을 수 없다는 게 그동안 내가 읽었던 설재인 작가님 작품의 평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른척하고 지나칠 수 없어 자꾸만 펼쳐들게 되는 것 같은데 이 작품 또한 소설 속에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어 답답하고 막막한 심경을 비껴갈 수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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