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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당 선언 - 전국의 할매여 단결하여 일내자
권오자 외 지음 / 틈새의시간 / 2024년 6월
평점 :
다섯 할매들의 할매당 선언!
제목을 접했을 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당찬 할매들의 모습이 연상됐었다. 혹여 유쾌함이 곁들어 있으면 더 즇고! 싶었지만 힘들고 모진 세상살이에 남은건 넋두리만 남은 여인들의 이야기에 가슴 짠함과 아림, 죄송함이 밀려와 그 어느때보다 글자 하나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읽어내려갔다.
그땐 다 그렇게 사는거라고, ’여자가 무슨‘이란 말에 화도 내지 못하고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던 세월, 구박하면 구박하는대로, 남편과 자식, 부모 사이에서 뚱한 말한마디 표현하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살아온 세월, 누가 알아줄까, 어디에 하소연할까, 도련님같은 남편 대신 억척스럽게 가정을 꾸렸지만 고생했다는 따뜻한 말한마디 듣지 못했던 세월, 우리내 어머니들은 어찌 그런 세월을 견뎌냈을지 마음이 아프기만하다.
어린시절엔 할매란 단어가 주는 아련함과 따스함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고보니 쉴틈 없이 고생한 흔적만 남은 여인네들이 아줌마에서 할머니로 변해가는 과정이 너무나 서글프기만하다. 아마도 나의 어머니가, 앞으로 나의 삶이 그러하리란 생각이 드니 더 사무치게 공감이 됐던가보다.
비단 이 책은 다섯 여인들의 이야기뿐만은 아닐 것이다. 주변에서 많이 봐왔고 나의 어머니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책을 읽으며 친정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퇴근하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좋은소리보다 싫은 소리를 쏟아내 사람 진을 빼놓는 일이 일쑤인 친정엄마의 패턴은 혼자 있어 이야기 들어줄 이 없어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대부분 퉁명스럽게 밀쳐내어 엄마를 속상하게 했던 적이 많았는데 책을 읽으며 엄마가 글을 쓰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어 울컥했었다. 후회는 늘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한채 시간만 흘려보냈던 지난날들이 엄청난 후회로 밀려와 약간의 유쾌함을 기대했던 나의 예상은 깡그리 날아갔지만 나름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기에 책장 한켠에 고이 꽂아 그 감사함을 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