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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위 삼국유사 - 고전에서 읽는 우리 역사 80장면 ㅣ 지도 위 인문학 5
일연.표정옥 지음 / 이케이북 / 2024년 7월
평점 :
이야기들에 다소 판타지스러운 부분이 있어 역사적인 측면에서 의견이 분분하게 나뉘는 삼국유사, 희망적인 이야기라는 접근보다 힘이 약했던 국력을 위대하게 보이기 위해 억지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했다는 식의 글도 본 적이 있지만 그것들을 차치하더라도 삼국유사의 존재는 역시 대단하고 감탄해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학창 시절 사료읽기반에서 삼국유사 책을 공부한 적이 있었기에 출판사나 여러 옮긴이의 삼국유사를 읽어보았었다. 옮긴이들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들이 과하거나 너무 건조하다는 느낌도 꽤 많이 받아 역시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 옮기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부분이 꽤 크다는 것을 체감했었는데 <지도 위 삼국유사>라는 제목을 보면서 기존에 다소 딱딱하게 읽혔던 삼국유사가 아닌, 아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인 것 같아 망설임 없이 펼쳐보게 되었다.
시작하며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의 출생과 삼국유사가 쓰인 배경이 풀어져있는데 국력이 약화되었던 밑바탕에 민중을 하나로 단합하고 밟힌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 일연 스님의 시대적 배경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 저학년을 둔 부모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다소 딱딱한 문체만을 접했던지라 둥글둥글하게 쓰인 내용을 보니 나도 모르게 따뜻한 마음이 되어 읽게 되었으니 저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이보다 더 좋은 삼국유사가 어디 있을까 싶기도 했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력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길지 않은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 읽게 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워낙에 구전이나 설화 등을 좋아하는지라 이런 이야기들에 관심이 많은데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꽤 나오는 것을 보는 것도 삼국유사를 다시 읽는 즐거움이었으니, 호기심 왕성한 아이들이 삼국유사를 읽는다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푹 빠져 읽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학창 시절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뻔한 이야기를 힘들게 남겨놨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인간의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일반인이 생각하지 못한 더 깊고도 먼 곳을 보는 지혜와 집념이 있었기에 삼국유사가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시대를 생각해 보면 민족의 상실감을 그러모으기에 이보다 훌륭한 책은 당시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