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보다는 여운이 덜했지만 나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녹나무의 파수꾼을 잇는 이야기인 녹나무의 여신은 전편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레이토가 그대로 등장한다. 전편에서는 레이토가 녹나무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려지며 잔잔한 감동을 줬었기에 이번 작품은 어떤 감동으로 다가올지 읽기전부터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됐다. 녹나무의 파수꾼인 레이토는 좀처럼 설명할 수 없는 녹나무의 신비함으로 인간의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신사에 시집을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고 그 시집이 매개가 되어 알게 된 인물을 통해 이후 일어나는 사건의 정황을 눈치채게 된다. 물론 녹나무의 힘을 빌어서.... 경지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레이토의 이모 치후네와 뇌종양 수술을 받고 자신의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하는 모토야, 잘사는 집 아들이었지만 가세가 기울어 부랑아처럼 살아가는 고사쿠,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월향신사까지 찾아와 시집을 팔아달라는 유키나, 녹나무 파수꾼이 되기전까지 자신이 그런 직업을 가지리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레이토, 이들의 이야기는 한 사건을 통해 얽히며 따뜻한 인간애를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너무 뻔한 내용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을 수 있겠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빠르고 건조해지는 일상에서 이런 잔잔한 따뜻함이야말로 각박한 세상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온기를 느끼게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모두가 이렇게 고난스럽게 살아가고 있으니 비관하지 말고 어떻게든 힘을 내서 살아보자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렇게 장대하게 느낄만큼 내가 요즘 힘든건가?란 생각도 함께 들면서 그래서 더욱 격한 위안을 받으며 읽을 수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자문해본다. 결국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느낄 고단함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문장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 일상에, 모든것에 지친 사람들에게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