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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평점 :
초등학교 5학년인 도모키와 고스모, 평범하지만 모자랄 것 없이 자란 도모키와는 달리 늘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려온 고스모는 반항적인 데다 친구들에게 위협적이기까지 해서 도모키 외에는 친구가 없다.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던 엄마마저 집을 나가면서 동생 가이아와 단둘이 남게 된 고스모는 따뜻한 부모의 정은커녕 제대로 된 밥 한 끼, 반듯한 옷 한 벌 입지 못하는 아이이다.
도모키 곁에 늘 붙어 있는 고스모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점이 도모키로서도 불만이지만 언젠가 고스모의 집에 놀러 갔다가 본 충격적인 장면 때문에 도모키는 고스모에게 매정하게 할 수 없다. 뭔가를 먹거나 놀러 가도 늘 도모키의 용돈에서 해결하고 가방이나 게임기 같은 것도 고스모에게 넘겨주는 도모키는 싫은 감정과 안쓰러운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고단한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매일 볼 수밖에 없었던 고스모와 떨어져 편안한 생활을 하던 도모키에게 고스모는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죽이지 않으면 죽음을 당할 거라며 아버지 살해 계획에 도와달라고 이야기하고 어찌어찌하여 세운 허술한 계획을 실행하러 고스모에 집에 들른 도모키와 고스모는 고스모의 동생 가이아의 싸늘한 시체를 묻기 위해 집 마당을 파고 있는 아빠와 마주치게 된다.
가이아가 죽은 것을 보고 달아난 도모키와 고스모, 그 둘을 잡아 입막음하려는 고스모의 아버지 시게오는 자신이 순경이라는 직업을 이용해 도모키의 집을 방문해 은근슬쩍 행방을 떠보고 가이아의 죽음까지 도모키에게 떠넘겨 귀찮은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순경이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집안에서는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를 일삼는 폭군이며 아이들이 실종됐다며 담임을 찾아가 몹쓸 짓을 저지르는 등 제목의 늑대라는 표현이 너무 관대한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 인물이다.
그렇게 시게오의 추격을 받으며 고스모는 고이 간직했던 엄마가 보낸 엽서의 주소를 찾아 도모키와 도쿄로 향하지만 그 둘을 맞이한 건 낯선 인물이며 번잡한 번화가를 돈도 없는 어린아이들이 악마 같은 인간으로부터 쫓기는 상황은 불쾌한 감정이 내내 달라붙어 있는 와중에도 가슴 졸이며 읽게 된다.
이쯤 되면 엄마가 살아 있기나 한 건가? 란 생각과 어차피 결말이 뻔한 내용은 아닐까 싶은 마음에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게 되는데 늑대와 토끼의 이 게임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면 책을 펼쳐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