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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쁨 - 내 책꽂이에서 당신 책꽂이로 보내고 싶은 책
편성준 지음 / 몽스북 / 2024년 5월
평점 :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나 아무 기대 없이 집어 들었지만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글을 만나면 비로소 잠재돼있던 읽는 기쁨이 용솟음침을 느낀다. 자기반성이나 깨달음, 깊은 공감이나 위로, 인생의 우여곡절을 경쾌하게 한방 날려주는 글들을 만나면 살아있길 잘했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평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 좋아서 환장할 것 같은 글들을 만나면 나는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당혹스러움을 느끼곤 한다.
그런 즐거움을 알기에 읽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지만 최근 잘 못 느껴본듯해 <읽는 기쁨>이란 제목이 가슴에 확 들어왔다. 도대체 이분은 어떤 책을 읽을 때 기쁨을 느꼈을까? 어느 구절에서 앗! 하면서 무릎을 쳤을까 싶은, 뜬금없는 궁금증도 있었다. 누군가의 책장을 훔쳐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좀처럼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호기심을 동하게 했던 요인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전에 이분이 쓰신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신선했지만 그리 강렬한 기억이 남지 않았었기에 일부러 기대감은 갖지 않고 펼쳤더랬다. 그랬는데.... 이 책이 읽는 기쁨을 줄 줄이야....
<읽는 기쁨>은 17개 주제에 51편의 소설이 소개돼 있다. '이 책에 끌린 이유는 따로 있다.', '너무 웃기는데 살짝 눈물도 나는' 같은 주제에 어울리는 소설들이 소개되어 있는 형식인데 첫 도입부터 아는 책들이 등장하고 당시 같은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이지만 그것을 말이나 글로 미처 표현하지 못했기에 저자가 풀어내는 글들에 더 집중하게 됐었던 것 같다. 두 번째 주제에 등장했던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은 최근에 너무 좋아하게 된 작가님이라 주제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책이 있을까 싶었고 동네 서점에서 제목에 끌려 사서 새벽에 펼쳐들었다가 도중에 못 끊고 다 읽어버린 김혼비 작가님의 이야기도 나와 공감이 많이 됐다. 좋아하는 작가님들 북토크를 다니면서 태도 때문에 실망하게 된 분들이 종종 있어 북토크를 앞에 두고 망설이는 버릇이 생겼는데 김혼비 작가님은 실제 모습도 글에서 느꼈던 이미지와 다르지 않아 북토크 시간이 내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읽은 책들이 나오면 당연히 더 반갑고 공감이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제목은 알지만 아직 접하지 못한 책이나 이름조차 처음 보는 작가님들의 소설은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데 저자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지루할 구석을 촘촘히 막아 그조차도 흥미롭게 읽게 만든다.
서점에 주 1회는 가지만 최근 들었다 내려놓는 책들이 꽤 많아지고 분명 온라인으로 봤을 때 궁금해서 사야지 했던 책 들인데 들춰보고 금세 흥미를 잃었던 책들이 많아 책태기가 온 것인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책 소개를 이렇게 재미있게 해준다면 평소 좋아하지 않던 장르라도 사서 볼 의향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