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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코의 모험
미시마 유키오 지음, 정수윤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5월
평점 :
부유한 집안과 외모까지 갖춘 나쓰코, 부잣집 외동딸로 곱게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 같아도 한번 마음을 정하면 그 무엇에도 휘둘리지 않는 고집이 있어 어느 날 밥상머리에서 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는 부모님은 물론 할머니, 고모까지도 간담을 서늘케 한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한다고 말을 내뱉으면 이루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갑작스럽게 수녀원에 들어가겠다는 나쓰코의 발언에 모두 어안이 벙벙하지만 그 누구도 나쓰코의 성격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막으면 더 고집을 부린다는 것을 알기에 가족 모두 마뜩잖아하지만 말리지 않은 채 홋카이도에 있는 수녀원으로의 여행에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이 동행하기에 이른다.
도쿄의 부유한 아가씨 다운 화려한 패션과 외모는 지금껏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지만 그런 남자들과 가까이 지내면서도 나쓰코는 자신의 마음속을 뒤흔들어줄 남자를 만나지 못해 사는 것이 시시하다. 자신에게 청혼하는 남자들과 사느니 홋카이도의 수녀원에 들어가 평생을 수녀로 사는 것을 선택한 나쓰코는 수녀원으로 향하는 배 안에서 총을 짊어진 잘생긴 사내의 눈 안에 깃든 정열에 매료돼 그대로 사내를 따라나선다.
평소에도 종잡을 수 없는 아이라지만 갑작스럽게 쪽지 한 장 남겨놓고 사라져버린 나쓰코의 행방에 가족들은 한바탕 난리가 나고 나쓰코의 흔적을 따라 그녀를 찾기 시작한다. 한편 사냥을 좋아했던 츠요시는 홋카이도의 어느 마을에서 한 소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 결혼을 계획하지만 네 발가락을 가진 식인곰에게 소녀가 죽임을 당하면서 곰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홋카이도로 향하던 도중 나쓰코를 만나 함께 식인곰을 찾는 여정이 이어진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기나 할까 싶은 마음이지만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순수함이나 문화와 정서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나쓰코를 찾아 나선 할머니와 어머니, 고모의 소란스럽고 배려심 없는 행동들은 홋카이도 마을에서 묵게 되었을 때와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남편의 연줄을 이용해 신문사 사장 등의 도움을 받을 때는 부유한 사람들 특유의 점잔 빼면서도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결국은 손 많이 가지만 자신들은 친절하며 예의 바름의 극치라고 여기는 성향을 물씬 느낄 수 있어 그런 인간사의 이모저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뒷장의 옮긴이의 말에서 홋카이도의 역사와 함께 극중 캐릭터들의 행동들을 작가가 어떤 관점에서 이야기를 한 것인지, 기존에 알지 못했던 작가의 충격적인 이야기도 소설 못지않은 임팩트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