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하라 죽이기

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일본 전역의 15개 도시에 있는 제법 큰 호텔 체인인 '하르모니아 호텔', 그중에서도 우에노역 앞에 위치해 있는 '하르모니아 우에노'는 전통을 자랑하는 호텔로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비록 호텔 웨딩 부문인 예식부는 웨딩월드라는 곳에 인수되었지만 '아이하라 히카루'를 포함한 직원들은 파견근무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결혼식,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에게는 결혼 전부터 녹다운을 하게 만드는 거대한 산인 결혼식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 날짜는 물론 예식장, 하객 숫자, 웨딩드레스, 웨딩촬영, 어떤 분위기로 식을 진행할 것인지, 사회자는 누구로 하며 답례 선물부터 식장을 어떻게 꾸밀지, 식장 음식은 어떤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체크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결혼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고 굳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척,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결혼식에 돈과 시간, 열정이 소모된다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

<A하라 죽이기>는 하르모니아 우에노에서 웨딩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히카루가 낙하산으로 들어온 '미노'의 잘못된 일 처리가 불러온 엉망진창인 결혼식이 SNS에 퍼지고 문제시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작 신혼부부의 결혼식을 진행한 미노의 안일한 대처가 문제가 되었지만 낙하산이란 이유로 교묘히 빠져나가고 오히려 미노의 미비한 대처를 도와주려던 히카루고 타깃이 되어 SNS에 신상이 털리면서 겪게 되는 고충을 사건 당사자나 회사 측에서 발 벗고 나서지 않고 나 몰라라 하면서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던 히카루가 결국 반기를 들고 공격에 나서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작가가 웨딩플래너를 직접 해봤던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웨딩플래너가 결혼식을 맡아 신혼부부와 함께 의논하고 계획해나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흥미로운데 오히려 전개가 긴 탓에 미노의 안일한 일 처리와 태도, 히카루를 타깃으로 삼아 SNS에 문제를 올린 슈헤이 부부와 키미에란 캐릭터에 대한 반감으로 고구마 50개는 먹은듯한 울분에 휩싸인 기분에 젖어 된다. 하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후반부에 히카루가 마음을 정하고 반격하는 부분에서 더 크게 작용해 모두가 원하는 결말을 보여줄 것인지 달려가게 된다.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전후 이야기 없이 어떤 사건의 한 면만 놓고 인터넷상을 뜨겁게 달구는 일들이 많아졌다. <A하라 죽이기>도 사이버상에서 벌어지는 악의적인 댓글을 꼬집는 내용인데 읽다 보면 어떤 사건이 이슈로 떠올랐을 때 우리는 얼마나 전후 관계를 따져보고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나?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자세한 내용도 모르면서 악의적인 댓글은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렸던 것은 아니었나란 문제도 있지만 사이버상에 그대로 남아 지워지지 않고 회자된다는 것도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주며 그로 인해 목숨을 끊기도 하는 등 실제로도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더 소름이 돋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 소설 속 회사 측에서 히카루의 고통을 공감해 주지 않는 면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기에 그 자체로 충격적이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