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클로버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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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키는 도우토신문을 정년퇴직한 후 계열 출판사에서 촉탁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식은 없지만 아내와 별다른 문제 없이 사이좋게 지냈고 앞으로도 둘이 그런 여생을 보내겠거니 했지만 갑작스러운 병마로 아내를 먼저 보낸 후 가쓰키는 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없다. 따뜻한 대화를 할 가까운 사람이 없는 삶 속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던 가쓰키에게 최근 비소로 사람을 죽인 범인을 인터뷰하라는 업무가 주어지고 그 사건을 통해 가쓰키는 잊고 지냈던 12년 전 사건이 떠오르면서 기자에 대한 열정에 휩싸이게 된다.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바다와 깊은 산이 공존하는 하이토 마을, 그곳은 사람들의 암묵적인 경계가 존재하며 바닷가 쪽 사람들에게 산속 사람들이 배척당하는 분위기가 스며있어 산 쪽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조차도 귀여움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한때는 사업이 잘되어 부모님과 여행도 종종 다니며 분위기가 좋았지만 거품 경기가 사그라들며 아빠의 사업이 기울면서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었고 지히로는 외할머니가 사시는 하이토 마을에 맡겨지게 된다. 그곳에서 산 쪽에 살며 자신보다 부모에게 더 사랑받지 못한 삶을 사는 미쓰바를 알게 된다.

일정한 직장도 없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잠만 자는 부모님을 둔 미쓰바, 돼지같이 살만 찌고 할머니가 주시는 생활비를 축내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부모님에게 사랑조차 받지 못하는 미쓰바, 그런 미쓰바는 자신의 삶을 불평하며 부모님은 친부모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신보다 더 불행해 보이는 미쓰바를 보며 지히로는 나름 위안을 삼고 있지만 미쓰바는 결국엔 지히로조차 엄마에게 버림받았을 뿐이라는 뼈아픈 이야기를 건네며 지히로를 상처 입힌다. 어느덧 학년이 올라가며 서로 소원해지는 사이가 된 두 소녀, 그런 어느 날 미쓰바를 제외한 부모님과 남동생이 비소가 탄 음식을 먹고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동네가 발칵 뒤집어지게 되고 그 후에 미쓰바의 집에 불이나고 미쓰바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소문만 무성한 사건으로 남게 된다.

당시 미쓰바의 사건을 취재했던 가쓰키는 최근 동반자살로 사람을 모은 후 비소를 탄 음식을 먹여 사람을 죽게 만들어 잡힌 '마루에다 이쓰오'를 보며 '아카이 미쓰바'를 떠올리지만 둘 사이의 접점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쓰오가 미쓰바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것을 보며 둘이 언젠가 만났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다. 그렇게 다시 미쓰바의 사건부터 조사하며 하이토 마을을 찾아 취재를 시작한 가쓰오는 한마을에 두 개의 경계선을 둘러싸고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대립을 알게 되고 그런 영향을 받은 지히로와 미쓰바의 어린 시절에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레드 클로버>는 비소로 가족을 죽인 무정한 소녀의 이름인 아카이 미쓰바의 이름에서 따온 사건이지만 이 사건은 어른들의 방임, 학대, 마을 사람들 간의 수직적 입장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돌이킬 수 없는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한 가족의 죽음과 그 이후 청년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비소로 죽인 사건, 이 사건은 정말 미쓰바와 연결되어 있었던 것일까? 답이 나와있는 것 같지만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모를 실타래를 끝까지 따라가야 비로소 그 모든 아픔과 오해들이 드러나는 소설로 작가의 기존 두 소설보다 더욱 치밀해진 구성이 돋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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