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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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혼자라면 더욱 솔깃해할 제목인 <완전 부부 범죄>는 다양한 부부의 세계를 거칠게 담은 여덟 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단편인 줄 모르고 이 부부의 이야기가 궁금해 펼쳐들었으나 비록 씁쓸하지만 다양한 맛의 사탕을 골라 먹는 듯한 흥미로움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치매를 앓는 부인, 좀 전의 일도 생각나지 않아 메모를 해야 기억의 끈을 이어가는 부인의 고민은 남편의 외도이다. 벌써 오래되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지도 오래된 이들의 불륜 앞에 속수무책인 부인은 계획을 세운다. 남편을 죽이고 여우 같은 불륜녀에게 덤터기를 씌우기로...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불륜녀의 정체에 부인은 당황하게 되는 <결혼에서 무덤까지>

남편 용민의 소설을 훔쳐보게 된 지영은 자신들의 현실 이야기가 그대로 소설에 반영된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부부간의 애정 어린 이야기가 아닌 살인 계획을 세우는 남편의 이야기에 지영은 남편에게 당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남편을 응징하기로 하지만 결국 둘 다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 이야기 <인생의 무게>

결혼을 앞둔 부부에게 여자의 전 남자친구가 술을 먹고 미련에 남긴 말이 불씨가 되어 이십 년이 넘도록 구타에 시달리게 된 여인, 그 후 태어난 아이들까지 폭력을 피해 가지 못했고 마을 사람들이 가정폭력에 휘둘리는 이들을 위해 말리기도 해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칼에 찔린 채로 발견되고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타이틀은 깨지고 만다. 누가 남편을 죽였는지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야기 <범죄 없는 마을 살인사건>

사랑하면 안 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 남자가 올가미에 씐 이야기인 <진정한 복수>,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당신의 불륜을 알고 있다는 무작위 메일로 덫을 놔 돈을 번 남자가 아내에게 뒤통수 맞는 이야기 <비리가 너무 많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전 재산을 털어 산 집을 둘러싼 소문의 진상을 알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 <보물 찾기>, 불륜 남녀가 찾은 모텔에서 하필 여자의 남편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하필이면 불륜을 저지르던 남자의 직업이 형사인 관계로 내연녀의 살해된 남편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 <내가 죽인 남자>, 방송국에서 뽑힌 사람들의 무인도 체험기에서 벌어지는 살인 이야기 <개티즌>

이것이 부부인가?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실상을 담은 이야기에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언젠가 뉴스에서 한 번쯤은 봤을법한 이야기들이기에 쏠잖은 재미를 느끼게 된다. 어느 정도 전개가 예상되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당하지 않으려면 시기적절하게 먼저 쳐야 하는 상황에 의외의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하는 <완전 부부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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