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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어둡고 좁은 곳에서 인간에게 몹쓸 짓을 당했던 왕관앵무새는 지독했던 곳을 떠나 야에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야에 할머니는 세상의 많은 것을 알고 있어 왕관앵무새 리본에게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의 말을 알아듣고 자신에게 귀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야에 할머니를 만난 것이 너무도 기쁜 리본은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을 애써 기억할 필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자신보다 삶의 기억이 많은 야에 할머니가 들려주는 인간으로부터 겪은 이야기는 한낱 날지도 못하고 덩치만 거대하게 큰 인간이 동물에게 저지르는 끔찍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전쟁중에 동물들을 죽이라는 명령이나 인간이 보는 앞에서 온갖 묘기를 부려야하는 동물들의 삶은 인간 앞에서 약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런 슬픈 이야기 속에서도 야에 할머니는 리본이 흥얼거리는 멜로디를 들으며 분명 리본이 아기때 엄마로부터 사랑을 받았을거라는 따스함을 건네받기도 하는데 무엇보다 리본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야에 할머니와의 인연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그 후 다른 곳으로 이사하게 된 리본은 자신과 말이 통하는 인간 미유키를 만나게 된다. 어른과는 말이 통하지 않지만 리본은 미유키와는 새의 언어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또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하지만 미유키가 점점 크면서 새의 말이 옅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유키의 엄마가 집을 자주 비우게 되고 그전과는 다른 집안의 분위기를 느낀 리본에게 오랫동안 병원에 다녀온 미유키의 엄마는 인간의 말을 리본에게 훈련시키기 시작한다. "잘 다녀왔어?"라는 말을 열심히 연습한 리본은 미유키의 엄마가 없게 된 날 집으로 돌아온 미유키와 미유키의 아빠에게 "잘 다녀왔어?"라는 인간의 말로 집안 공기를 따뜻하게 데워준다.
<날개가 전해 준 것>은 왕관앵무새 리본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 않아 읽는 내내 다양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약자에게 군림하는 인간의 자화상이나 그럼에도 내내 아릿하면서도 잔잔하게 전해지는 따뜻함은 역시 오가와 이토 작가만의 감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