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 -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교토 골목 여행
송은정 지음 / 꿈의지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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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자부심 또한 대단한 도시 교토, 가보지 못한 곳이었기에 한국의 경주를 떠올릴 법한 고즈넉함에 매료되었던 곳이다. 워낙 소리에 예민한 것도 있겠지만 사람 많고 붐비는 곳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한낮의 햇살을 쬐는듯한 나른함이 느껴지는 곳에 대한 동경이 항상 있었는데 그런 느낌으로 연상되는 곳이 바로 교토였었다.

그리고 한 달 전 그런 동경 속에 이뤄졌던 교토 여행은 짧은 일정에 단풍철이라 붐비는 인파로 제대로 즐기지 못했지만 아마 그랬기에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아 다음을 간절하게 기약하게 됐던 듯싶다. 아쉬움이 컸기에 수박 겉만 핥고 온 교토의 이모저모가 더 궁금해지는 <우리가 교토를 사랑하는 이유>가 더 반갑게 다가왔던 것 같다.

정갈하고 유행에 휘둘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개성과 올곧은 고집을 옴팡지게 담아내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건물 입구에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포근하면서도 강렬하게 다가온다. 음식과 인테리어도 유행에 따라 일 년을 버티지 못하고 자주 바뀌는 초스피드 한 세상에서 몇십 년, 몇백 년 동안 그 자리에서 대를 이으며 가게 본연의 것을 이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과도 일일지 모르겠다. 좋았던 기억에 찾았던 가게가 없어졌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고 최근 불황으로 수시로 가게가 바뀌는 안타까운 상황을 자주 마주하다 보니 오래되었지만 정갈함만으로 아우라를 풍기는 일본 건물의 독특함은 요즘 트렌드인 세련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교토 여행 시 많은 곳을 가보지 못했었다. 어디나 사람들이 붐비고 길게 줄을 서 있어 먹으러 들어가기도, 구경하려고 들어갈 수도 없는 곤란함에 밖에서 기웃거리며 제대로 들어가 보지 못한 곳들이 많았었는데 그런 아쉬움들이 이 책을 통해 해소되었다. 일정대로 바삐 움직이지 않는 여유로움이 글 속에서 그대로 배어 나와 저자와 함께 빵집과 킷사텐, 서점을 둘러보는 아바타가 된 기분이라 직접 눈으로 보고 겪었던 교토 여행보다 더 기분 좋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료함이 느껴질 정도의 나른함을 느끼며 교토의 골목골목을 여유 있게 걷는 기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글에서 느껴지는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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