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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평점 :
복싱을 시작하기 전까지 서아는 학교에서 전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아이였다. 160cm에 65kg인 체격에 살 좀 빼라며 은근히 압력을 주던 친구들과 선생님의 말에도 상처를 받지 않던 서아였지만 생리불순에 복싱이 효과가 있다는 애슬이의 말을 듣고 중2가 되던 해 서아는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지라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었고 이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외모로 아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서아가 태어났기 때문에 아버지가 있어야 했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알려주지 않는 엄마로 인해 아버지는 없는 사람으로 알고 자란 서아는 여러 직장을 전전하다 지금의 비닐하우스에서 채소를 뽑는 노동자들에게 밥을 해주는 일을 맡게 되었고 그렇게 그곳이 두 모녀의 보금자리가 된다. 멀지 않은 곳에 환갑을 넘은 할배 관장에게 복싱을 배우며 서아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지할 곳 없고 먹고살기 힘든 경제력에 몸이 약한 엄마를 보는 것이 매번 마음이 아파 더 열심히 복싱을 한다.
적지 않은 나이에 서아를 낳았던 엄마는 힘든 일로 매번 골골거렸고 최근 부쩍 병원을 찾는 날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심장 이식을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병원에 있는 사이 서아를 찾아온 중년 남성이 엄마의 수술비를 대줄 테니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대학생 언니와 시비가 붙어 때리는 장면이 CCTV에 찍혔고 가해자가 바로 자신의 딸인데 가진 것이 많은 자신들이 가해자로 수면 위로 오르면 곤란하니 체격과 인상이 비슷한 자신의 딸 대신 서아가 가해자라고 자수만 한다면 엄마의 심장 이식 수술을 기꺼이 해주겠다는 제안이었고 폭행 사건이라 구치소에 들어가도 오래 있지 않고 바로 나올 수 있다는 말에 서아는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자수한 서아, 며칠만 견디면 석방될 거라는 말과 달리 폭행 당한 후 피해자가 죽었기 때문에 징역이 결정되었고 그렇게 교도소로 향하게 된다. 어린 나이에 언니들 틈바구니에서 험한 꼴을 보기도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 다시 복싱도 시작하며 마음을 추스르지만 엄마가 병원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소식에 서아는 이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엄마의 수술을 위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의 무게를 감당했지만 결국 엄마가 심장 이식을 받지도 못하고 죽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가진 것 없고 빽도 없는 열일 곱 왕서아란 소녀가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가게 되고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통쾌한 복수의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결말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쓴웃음을 짓게 되는 소설이라 늘 그래왔던 권선징악을 기대했다면 다소 김이 빠질 수도 있겠지만 뻔한 결말로 가지 않아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