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벼려진 칼날처럼 제목에서부터 섬뜩함이 피부로 전해지는 소설 <메스를 든 사냥꾼>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연쇄살인범 아버지를 둔 소녀의 이야기이다.
세현은 국과수에서 단연 탑일정도의 실력을 뽐내는 인재지만 그녀의 실력을 둘러싼 소문과 사람들과 쉽게 섞이지 못한 성격 탓에 직장 내에서도 친한 사람 하나 없다. 늘 그렇듯 끼니도 거르며 밀린 일을 해나가던 어느 날 용천에서 발견된 부패한 여대생 시체가 국과수에 도착하고 세현이 직접 부검에 들어간다. 예리한 칼날에 배가 갈리고 장기가 적출됐다가 꿰매진 듯한 시체의 모습에서 세현은 어릴 적 사람을 죽인 후 자신에게 시체 처리를 맡겼던 아버지가 다루던 살인 방법과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이 죽였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살아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꺾이지 않는 성품 탓에 경찰서에서 겉도는 듯한 정현은 용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맡게 되고 시체의 부검을 맡은 세현의 의견을 듣기 위해 국과수로 향하는데 작고 여리한 모습에서 풍기는 냉담함과 까칠함에 벌써부터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아버지의 살인 수법을 발견한 세현의 눈앞에 또 다른 토막 시체가 나타나고며 세현은 이것이 아버지가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이에 세현은 살인사건을 맡고 있는 정현을 이용해 아버지를 죽일 계획을 세우지만 이런저런 변수로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이미 세현은 아버지의 수법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정현보다 아버지를 찾는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었지만 오히려 아버지가 놓은 덫에 걸려들고 마는데.....
잔인하게 사람을 죽이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어린 시절부터 학대를 받으며 제대로 된 교육은커녕 아버지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했던 세현의 끔찍했던 과거와 이후 20년 만에 등장한 아버지의 등장은 어찌 보면 어떻게 전개가 될 것이고 어떤 결말이 나리라는 어렵지 않은 예상을 할 수 있음에도 몰입해서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가님의 문장 실력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게 아니었나 싶다. 신인작가라고 생각해서 호기심이 들지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지만 여럿 작품을 쓴 것 같은 매끈한 문장력이 느껴져 세현의 고독을 함께 밟아갔던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정유정 작가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많이 전해졌는데 문장에서 느껴지는 생생함 때문에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했는데 실제로 영상화가 확정됐다고 하니 영상으로 만날 작품도 소설만큼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