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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평점 :
기존의 미용실 인테리어를 바꾸고 깔끔하고 심플한 인테리어의 미용실들이 동네에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보기 좋다는 느낌과 달리 왠지 옛 추억들이 사라져버리는 듯해 아쉬움이 들었더랬다. 아쉬움이 더했던 건 사는 곳 길 건너에 꽤 오랫동안 하던 이발소가 없어졌기 때문일 텐데 오며 가며 내가 이 구역 진정한 토박이란 듯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 느낌은 물론 이발소 상징인 원형 봉이 돌아가는 풍경에서 나도 모르게 위안을 받았었나 보다. 소설의 제목을 보며 이제는 사라져버린, 아련한 추억의 동네 이발소가 떠올랐다.
<수상한 이발소>는 여섯 편의 단편이 등장한다. 이야기 속에는 반드시 수상한 이발소가 등장하며 주인공들은 이발사의 안마를 받고 머리가 다듬어지는 동안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탄생한다. 하지만 평소 내가 원하지 않았던 헤어스타일로 변해있다면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잠결이라 기억에는 없지만 지금의 헤어스타일에 동의했다는 이발사의 말을 들으면 상상하지 않았던 헤어스타일이 나왔더라도 당장 화를 낼 수 없고 당혹스러움만을 안고 집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평범한 직장인인 주인공은 직장의 비리를 알면서도 그에 동조하고 상사들의 시키는 불합리한 일에도 싫다는 내색을 비추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혼자 찾은 식당에서 같은 곳에 자신이 있는 것을 모른 직장 후배의 험담을 듣게 되고 기분 전환 삼아 이발소에 들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미지 변신을 하게 된다. 이후 머리와 눈썹의 변화 때문인지 주인공은 직장의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데...
산속에서 잠이 깬 남자, 온몸 여기저기 타박상이 있고 피부가 여럿 찢겨 있는 상처가 발견되지만 주인공은 나의 이름이 무엇이며 왜 산속에서 깨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지갑 안엔 하루, 이틀 정도 버틸 돈 밖에 들어있지 않아 당황스러운데 그렇다고 자신이 누구인지 경찰서에 가기에는 께름칙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주인공은 이름을 속이고 숙식을 제공해 주는 일자리를 찾아본다. 그 과정에서 수상한 이발소를 찾은 주인공은 딱 봐도 야쿠자라고 믿을만한 인상으로 바뀌고 어찌어찌하여 숙식을 제공해 준다는 곳에 취직이 된다. 사채업자가 운영하는 어두운 곳이라고 믿은 채....
현청이나 시청에 취업 준비 중이었던 주인공은 최근 매스컴에서 현청과 시청의 부조리함을 까발리는 뉴스를 보고 일반 직장으로 방향을 바꾼다. 학교나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회사 면접을 보던 주인공은 번번이 자신이 생각했던 회사 이미지와 괴리감을 느끼면서 평소 가볍게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우동가게를 다른 시선에서 보게 된다.
이후 등장하는 회사에서 극기 훈련 중 생겨난 이야기를 담은 <멜론빵 머리의 영웅>이나 강도가 집에 든 사건 이후로 내면과 외면이 강해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호신술의 여신>, 여섯 편 중 가장 가슴 따뜻하고 흐뭇하게 다가왔던 <한여름날의 기적> 등 엄청난 사건도 있었지만 살아가며 일상에서 마주치는 이야기들이라 왠지 더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일까 머리 변화가 시발점이 되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다는 설정이 더 짜릿하고 유쾌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