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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달
하타노 도모미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1월
평점 :
할아버지의 소개로 들어간 신용금고에서 고객에게 오해를 사는 바람에 도쿄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사쿠라, 부부가 운영하는 후쿠후쿠도라는 마사지숍에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마사지사로 성실하게 일하고 있는 사쿠라는 아직은 자신을 지명하는 고객이 많지 않아 넉넉한 수입을 버는 상황은 아니지만 성실하게 일을 배워 언젠가 고향에서 자신의 가게를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하루지만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사쿠라의 곁에 자신을 친동생처럼 돌봐주는 이케다 선생과 유일한 동성이라 말하기가 편한 기자키가 있어 든든한 도쿄 생활을 이어나가던 사쿠라는 오랜만에 자신에게 일 년 동안 마사지를 받던 고객 마쓰바라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대형 출판사에서 일하며 반듯한 외모의 마쓰바라는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정하여 사쿠라는 마쓰바라에게 마음을 열게 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대화를 말대꾸라고 받아들여 화를 내는가 하면 원하지 않음에도 사쿠라의 감정을 무시해 버리곤 해서 결국 사쿠라는 마쓰바라에게 이별을 고하게 된다.
그렇게 한 달이란 짧은 연애 기간을 마쳤지만 사쿠라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한 마쓰바라는 사쿠라가 그저 뭔가 오해를 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평상시처럼 문자를 보내고 집으로 찾아오는 행동을 이어나가는데.... 이에 사쿠라는 더 이상 마쓰바라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지만 마쓰바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자기식의 대화법으로 사쿠라의 이별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지 않는 달>은 연인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사쿠라가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강경하게 표현하지 못해 마쓰바라가 쉽게 감정을 단념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그렇기에 마쓰바라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행동한 사쿠라도 잘못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기에 피해를 당한 쪽도 결국엔 원하지 않는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질타를 받기 일쑤인데 작가는 소설을 통해 그런 말도 안 되는 질책들을 근본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가끔 뉴스를 통해 헤어진 애인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해 질척거리다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건을 접하곤 한다. 최근 빈도수가 너무 높아졌다는 것도 문제인데 딸을 키우고 있기에 나와는 별개의 사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기에 피부로 와닿는 충격이 크다. 마쓰바라의 자기식 해석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계속 분노하게 되는데 그동안 현실에서 이해할 수 없었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소설에 잘 표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