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픽션 나이트
반고훈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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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불 끄고 혼자서 전설의 고향을 즐겨볼 정도로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했고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호러'란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절대 외면할 수 없었던 <호러 픽션 나이트>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작가님이기에 더욱 궁금하게 다가왔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호러 픽션 나이트>는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귀신이란 존재와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소설들이라 일상의 서늘함과 어릴 적부터 숱하게 들어오며 생각했던 궁금증들이 명쾌하게 소설 속에 녹아 있어 낯설지 않지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결코 실망감을 주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이야기의 첫 문은 흉가 체험으로 모인 동호회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각자 겪었던 기묘하거나 오싹했던 이야기들을 돌아가며 주고받는 형식으로 시작하며 끝맺음이 '좀 싱거운데?' 싶은데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학교에서 아이들로부터 무관심의 존재인 주인공이 자기한테 다가와 준 친구와 어울리며 느꼈던 기쁨을 이후로 자신감을 회복하여 다른 친구와도 어울리게 된 주인공은 오싹한 친구의 계략에 빠져든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지만 화장실에서 나누는 익명의 낙서가 매개가 되어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던 <시체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과 어릴 적부터 혼자 노는 것이 일상이었던 주인공이 학교 수업 시간에 만든 종이 전화기를 통해 듣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그로 인해 친한 친구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준 이야기가 담긴 <벽 너머의 소리>, 술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부터 블랙아웃 증상을 경험하게 되고 이후 정신이 들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장소나 모습인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 옥상에 갇힌 상태로 술을 마시지만 이후 정신이 들자 엄마의 뱃속에 있던 태아 시절부터 다시 거스르는 인생을 사는 이야기들 담은 <과거로부터의 해방>, 인간의 욕심을 담은 섬뜩한 옛날이야기인 <검은 짐승들>, 어느 날 갑자기 아내에게 물갈퀴가 생기면서 살던 도시에서 벗어나 바다로 돌아간 이야기를 담은 <제3의 종>, 첫 번째 이야기와 이어지는 <귀신은 있다>로 <호러 픽션 나이트>는 아쉬운 마음으로 마무리된다.

개인적으로는 단편마다 읽는 재미가 있었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자연을 해치게 되고 그로 인해 물고기로 변한 사랑하는 아내가 죽음에 내몰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제3의 종>은 오래전 진화하며 물 밖에서 숨을 쉬게 된 인간이 공기가 나빠지면 다시금 물로 돌아가는 진화를 거듭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불러일으켜 귀신 이야기와는 다른 섬뜩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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