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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ㅣ 리노블 1
마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평점 :
누구나 꿈꾸었지만 아무나 될 수 없었던 신도시 아파트 청약 당첨을 이뤄낸 미연은 직장이 상당히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새 보금자리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자신에게 집착했던 엄마와 인연을 끊으며 결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지호와 셋이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결혼을 반대했던 친정 엄마에게 보란 듯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미연이었지만 드림힐이라는 이름의 새 아파트가 주는 기대감과 달리 이삿날부터 한쪽 손이 없는 섬뜩한 눈빛의 경비원과 마주치며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자신이 이사 때문에 한껏 예민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경비원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다는 양심에 찔리면서도 털어낼 수 없는 찝찝함을 남편 정우에게 털어놓지만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는 남편 정우의 쓴소리만 듣게 된다. 하지만 미연에 불안감은 키즈카페에서 만난 채윤이란 엄마의 반응을 보고 싸한 느낌을 받지만 바쁜 직장 생활과 초등학교 2학년이라 손이 많이 갈 아들 지호의 초등학교의 새 생활 등이 맞물리며 진지하게 신경 쓸 여력이 없어진다.
바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아들 케어도 잘하고 싶었던 미연, 남편 정우는 애초에 미연이 지호를 놔두고 맞벌이하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자신의 경력을 멈추고 싶지 않았던 미연의 간곡한 부탁으로 맞벌이를 해나가고 있었지만 자신을 위해 모인 회식자리에도, 새 프로젝트로 야근이 잦아진 팀에 자신만 빠지게 되는 것도, 아이의 픽업을 책임졌던 정우의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지호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시점에서도 미연은 죄지은 사람처럼 동동거릴 수밖에 없다.
그런 생활에서 지호가 친해진 영희란 아이의 엄마는 바로 위층에 살며 미연이 언제 출근을 하고 지호가 언제 돌아오는지, 미연이 늦는 날에는 지호를 초대해 저녁까지 먹여 보내주지만 미연과는 연배도 맞지 않고 화려한 옷차림에 진한 화장, 늘 몸에서 풍기는 좀약 냄새, 사람 기분을 묘하게 거슬리게 만드는 무례함에 그녀와 친해지고 싶지 않지만 모범생인 영희를 따라 지호가 알아서 숙제와 공부를 하는 모습은 싫지 않다.
<습기>는 읽는 내내 가슴을 조이는 답답함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축복을 받으며 시작할 수 없었던 결혼생활을 남편의 외도와 맞벌이를 하면서도 아내를 배려해 주지 않는 정우의 이기적인 모습, 지호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미연 탓으로 돌리는 시어머니의 모진 말들을 다 받으면서도 가정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미연의 모습이 애처롭고 위태로워 보인다. 거기에 더해 이사 온 신도시에서 실종된 아이와 만세교라는 이상한 종교가 미연 가까이에서 그녀의 삶을 더 좀먹고 있었으니 다음에 닥칠 일이 설마 내가 예상한 것은 아닐까? 짐작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더 답답하고 기괴하게 흘러간다.
어딘가에서 보거나 읽었던 이야기처럼 낯설지 않지만 가슴을 조이는 기괴함을 느끼게 하는 데는 가히 으뜸이라 할 만큼의 몰입감을 던져준 소설 <습기>, 제목처럼 끈적거리는 불쾌함이 내내 들러붙어 더 서늘한 기분을 맛봤던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