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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조각 미술관
이스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호러는 언제나 환영이다.
영상보다는 글로 보는 호러를 더 좋아하는 까닭에 기담, 괴담, 호러 종류의 소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는 편인데 이미 전작인 <기요틴>과 <카데바>를 통해 '이스안' 작가님의 느낌을 알기에 이번 신간도 가슴 설레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총 여덟 편의 단편들을 모아놓은 <신체 조각 미술관>은 자살하거나 죽기 전 유언으로 세상을 멀리한 사람들의 신체를 생전에 원했던 모습으로 조각해 주는 일을 하는 가족의 이야기인 '신체 조각 미술관'을 시작으로 바다를 좋아하던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블루홀', 신비로울 듯하지만 결말은 인과응보식 괴기스러움으로 끝맺음하는 '푸른 인어', 자신에게 과분한 듯한 사랑을 보여주던 여인과의 결혼으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게 되고 아이까지 낳게 되지만 산후우울증에 걸린 아내와의 위태한 이야기를 담은 '어떤 부부', 연인과 이별 후 찾은 바닷가에서 자신과 닮은 이야기를 가진 여인과 만나며 넋두리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바닷가', 딸에 대한 어머니의 과도한 사랑은 집착과 애증, 감정 폭력 등으로 이어지며 결국 어머니에게 벗어날 수 없었던 딸의 마지막 이야기를 담은 '내리사랑', 놀이동산의 '지옥 탐험 보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비밀스러운 회동에서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이야기 '한밤중의 어트랙션', 단편이라기보다 작가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괴이한 꿈 이야기들을 잔잔하게 풀어놓은 듯한 '꿈에 관한 이야기들'을 마지막으로 골라보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은 막을 내린다.
이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편은 읽으면서도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듯한 생생함이 전해졌던 '한밤중의 어트랙션'이었는데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기보다 악다구니 같은 인간을 향해 노여움을 가득 안은 악귀들의 응징이 무섭고도 잔인하게 묘사되어 있어 더욱 섬뜩하게 다가왔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지만 사후에 신체를 조각하여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충격적이고도 가학적인듯한 '신체 조각 미술관'은 언젠가 보았던 호러 영화가 연상되었는데 영상으로 보이는 듯한 잔혹함보다 일반인들이 절대 알 수 없는 예술인들의 남다른 감정을 덤덤하게 잘 표현해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