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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평점 :
전작인 <이상한 집>은 읽어보지 못했다. 사실 서점에서 여러 번 마주쳤지만 표지나 제목을 보고 이상하게 손길이 가지 않아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이어 출간된 <이상한 그림>은 표지에 '신개념 그림 미스터리'라는 문구에 그만 눈길이 박혀 갑자기 흥미가 폭발했는데 기대보다 더 종잡을 수 없는 매력에 빠져 단숨에 읽게 되었다.
대학교 강의실, 어머니를 살해한 A코의 그림을 심리분석한 강의가 진행 중이다. 집에는 문이 없고 여자아이가 웃고 있지만 입술이 지저분하게 번져있다. 옆에 있는 나뭇가지는 뾰족 뾰족하지만 나무 안에 새가 있어 기묘한 모습으로 비치는 그림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은 A코의 심리를 보여주는 그림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제1장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은 스물한 살 대학생 사사키 슈헤이가 대학 오컬트 동아리 구리하라로부터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라는 기묘한 블로그의 존재를 소개받고 오랜만에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블로그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 구리하라로부터 소개받은 블로그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다는 아리송한 글들을 끝으로 더 이상의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사사키는 과거의 행적을 쫓아 글들을 읽기 시작한다.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에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범하지만 행복한 나날을 일상적으로 기록한 일기로 그들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행복감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글이 쓰여 있다. 하지만 뱃속에 아이가 역아로 자리 잡은 상황이 나타나고 부부의 고민은 깊어진다. 그렇게 산달이 가까워지고 뒤이어 한 달 뒤 아이는 태어났지만 아내는 사망했다는 글이 올라온다.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지만 가슴 먹먹해지는 사연에 사사키는 덩달아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그로부터 한참 지나 그간 아내가 그렸던 그림들의 수수께끼를 알아버렸다는, 사사키가 최초로 읽은 글로 돌아온다.
블로그 글과 그림에 궁금증을 느낀 사사키는 블로그를 소개해 준 구리하라에게 그림의 수수께끼를 풀었느냐고 묻고 구리하라는 알려주겠다며 다음 이야기인 '집을 뒤덮은 안개 그림'으로 넘어간다.
<이상한 그림>은 어릴 적 어머니를 살해한 소녀가 그린 그림으로 시작하고 기묘한 블로그의 글과 그림, 한 부모 가정에서 아들이 그린 기묘한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 평소 학생이나 주변 지인들로부터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미술 교사가 캠핑 도장 잔인하게 살해당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의 수수께끼와 다시 도입부의 어린 시절 A코가 그렸던 문조 그림으로 돌아오는 구성으로 짜여 있다.
이게 과연 어떤 이야기로 엮어질까 내심 궁금함에 읽으면서도 그림에 대한 수수께끼를 전혀 몰라서 꼼짝없이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상한 그림>은 평소 그림 기법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었다면 수수께끼를 풀기 쉬웠을까? 아마 답은 아닐 것 같긴 하지만 추리소설하면 밀실 트릭 같은 집 구조의 그림만 보다가 다양한 그림의 조합을 통한 수수께끼 형식을 마주하게 되니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옮긴이의 말에서 전작은 이번 작품보다 재미의 요소가 약간 떨어지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이런 소설이라면 전작도 충분히 읽어보고 싶을 만큼 다양한 수를 생각하며 읽는 재미를 선사해 준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