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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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이란 문구에 매료되어 펼쳐들었던 <소름이 돋는다>는 평소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기심에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듯하다. 공포나 스릴러,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한정되어 있는 나와 달리 작가는 소설, 영화, 게임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호러 마니아이다. 본인은 호러 애호가라고 칭하고 있지만 내가 볼 땐 그 정도면 마니아라고 칭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살인귀에 씐 것처럼 피와 살점이 튀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공포물의 무서운 영상은 겁쟁이라 똑바로 볼 담력도 없는데 아무 이유 없이 또는 싸우는 장면에서 사람 몸에 무기가 들어가는 영상물은 보기가 거북해서 공포물은 소설 한정으로만 정해놓고 보는 편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혼자서 전설의 고향도 잘 보던 간 큰 아이였는데 비슷한 종류의 영상이나 소설을 접하다 보면 인간이란 종이 참 무섭고도 섬뜩한 존재란 것에, 그런 사건들이 생기기까지의 슬프고도 아픈 이야기들 또한 마음 아프게 다가와 일 년 내내 가슴 벅차하며 찾아보지는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좋아하는 작가님의 공포물 신간이 나오면 기분 업돼서 바로 서점으로 달려가 구매하곤 한다.

공포물을 좋아한다는 비슷한 느낌이 있어 저자의 공포물 연대기를 보면서 공감 가지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영화나 게임은 좋아하지 않기에 대부분의 작품들을 몰라 깊이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느껴지는 감정은 다르지 않았기에 고개 끄덕여지는 부분도 많았는데 '아랑설'에 대한 부분은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듯해 속이 후련했다. 당시 뉴스에서 그런 보도가 나왔다는 자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책을 보고 뜨거운 분노와 충격을 받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다른 이야기들도 기억에 남지만 책을 덮고 떠올리면 아랑설에 관한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재밌었던 부분은 저자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너무 많은? 공포물을 접했다는 것인데 이게 아무래도 신선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픽픽 웃으면서 읽게 됐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혼자 전설의 고향을 보던 어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동지애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좀비나 우주, 심해의 광활함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달리 내가 주로 좋아하는 분야는 괴담 쪽이기에 책 속에 등장하는 괴담에서 반가움이 느껴졌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던 괴담집 때문에 내 방에 가지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자는 날이 더러 있었던 추억도 떠올랐다.

공포, 호러물 에세이인 전건우 작가님의 <난 공포소설가>를 재미있게 읽으며 이런 유의 이야기를 더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충족되지 못했던 바람이 이 책을 통해 충족되었고 어린 시절 겁쟁이 추억을 소환하며 향수에 젖어들게 되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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