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 - 죽을 만큼, 죽일 만큼 서로를 사랑했던 엄마와 딸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진환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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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 공영주택 화단에 여학생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신고자는 여학생의 어머니로 모든 걸 바쳐 애지중지 키워온 딸이 이렇게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사람들에게 궁금증과 숙연함을 안겨준 사건, 그렇게 <모성>의 장대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둘이 살던 주인공은 단기대학을 졸업하고 섬유 회사에서 근무한다. 회사 동료의 권유로 들어간 시민문화센터 회화 교실에서 남편이 될 타도코로 사토시를 만나 데이트 신청을 받지만 그녀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평소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주인공은 사토시의 그림을 좋게 평가한 어머니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사토시와 결혼하게 되고 시댁에서 떨어진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늘 상냥하고 긍정적인 말을 해주셨던 어머니, 주인공은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어머니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해 바람직한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가 딸을 낳아 어머니가 되고 이제부터 자신이 어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을 어린 딸에게 나누어주겠노라 다짐하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의 삶은 비가 몹시도 내리던 날 덮친 산사태로 과거가 되어버린다.

야간 근무로 집을 비운 남편과 어린 딸, 손녀를 봐주기 위해 딸의 집에 들렀던 어머니, 갑자기 일어난 산사태는 주인공이 어머니와 딸 둘 중 누구를 구하느냐의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이 낳은 딸도 소중하지만 역시 주인공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필사의 힘을 다하지만 손녀를 향한 최후의 선택을 한 어머니로 인해 주인공은 더 이상 딸을 사랑할 수 없음을 예감한다.

<모성>은 자상한 어머니와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의 딸로 이어지는 이야기이다. 모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닌가?의 의문 앞에서 '미나토 가나에'식의 세심하면서도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는 듯한 묵직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기존의 소설들처럼 인간 내면의 모습을 너무도 잘 끌어내고 있어 고통스럽기까지 하지만 이 부분에서 역시 제일 큰 감탄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하지만 인간이기에 자식에게 약간의 미운 감정을 가질 수도 있고 조금은 귀찮을 때도 있으며 더러 후회란 감정을 죄악같이 느낄 때도 있음을, 아닌 듯이 감추며 나만 알고 있었던 차가운 모습들을 작가는 소설 속에 잘 담아냈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여정이 순탄치 않고 괴로울 정도지만 그럼에도 너무 힘들기만 했던 과정에 한줄기 빛을 주는 결말이 마음의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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