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미러 월드 - 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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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역전 미러링 소설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워 펼쳐든 <미러 월드>

읽기 전엔 아무래도 남녀 역전이라는 설정이 남녀 역할의 사회적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겠거니 했다. 그에 반해 왠지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적인 느낌도 담고 있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읽을수록 화가 나고 온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역겨움이 느껴져 여자로 살면서 느꼈던 온갖 부조리함과는 다른, 현실에서 여자가 겪는 온갖 더러운 것들을 소설 속 남자가 겪는 모습으로 미러링 된 소설의 내용이 한층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이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러 월드>는 현실에서의 남녀 역할이 바뀌었다고 보면 된다. 여자가 사회생활을 하며 가족을 먹여살리고 남자는 여자가 벌어오는 월급으로 생활하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거나 파트타임을 하는 일상, 여자가 의사나 경찰관, 엔지니어링이 되고 남자가 간호사나 어린이집 선생님이란 직업이 자연스러운 설정은 여자라서, 남자라서 어릴 적부터 피부에 스며든, 당연하지 않지만 당연시해왔던 모든 것들을 뒤틀린 자화상처럼 보여준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사회 초년생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을 때 상사의 책상을 닦거나 커피를 타주거나 복사를 하거나 타부서의 우편 송달 같은 자질구레한 일들부터 시작해야 하는, 고마운 감정보다는 의례 당연시되어 왔던 것이기에 너무도 일상적인 것들, 여자의 몸에 대해 함부로 내뱉는 몰상식한 언어들이 난무하는 공간에서, 내가 사회 초년생이었을 때보다는 남자들의 생각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는 조금씩 탈피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미러 월드>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의 몸에 대한 몰지각한 평가나 심지어 터치하는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한다. 현실에서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가모장적인 모습으로 대체되어 돈을 벌어오는 가장인 아내는 집안일이나 아이들 교육에는 관심이 없고 집안일은 오로지 남편들이 해야 하는 일로 치부되며 싱글팜이 되면 사회적 비난과 눈초리를 받아 가며 여러 개의 파트타임을 통해 어렵게 돈을 벌어야 한다.

우리가 보아왔던, 보아오는 그대로의 모습이 남녀 역할만 바뀌어 그대로 소설 속에 비치고 있는데 읽고 있노라면 기괴하게 느껴지면서도 온통 싫은 느낌투성이라 이런 사회를 잘도 견디며 살아냈구나란 생각이 들 정도다. 여자가 봐도 이렇게 충격적인데 남자들이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너무 싫은 느낌투성인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보태지 않았다는 게 아마 더 충격의 강도를 높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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