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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별을 뿌리다
구보 미스미 지음, 이소담 옮김 / 시공사 / 2023년 4월
평점 :
몇년 전 '구보 미스미'의 <가만히 손을 보다>란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일본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절제된 문체가 특히나 기억에 남아 이 작가분의 다음 소설도 꼭 읽어봐야지란 생각을 했더랬다.
<밤하늘에 별을 뿌리다>는 다섯 편의 단편을 싣고 있다.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슬픔의 강도가 진한 애달픈 감정과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서야 알게 된 감정들이 충돌하며 아련함과 아쉬움, 후회의 감정을 들게한다.
쌍둥이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자신을 보면 언니를 떠올릴 부모님, 언니와 동거하던 남자친구,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이 제자리 걸음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감정들을 담고 있는 '한밤중의 아보카도', 짝사랑과 연인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은종이색 안타레스'와 '습기의 바다', 엄마와의 이별 이야기를 담은 '진주별 스피카'와 '별의 뜻대로'가 각자 상대는 다르지만 이별 후 겪게 되는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져 있다.
뼈아픈 연인과의 이별과 다른 엄마나 언니처럼 가족과의 이별은 같은 이별이지만 느낌이 사뭇 다르다. 모두 가슴 아프고 애달프지만 아무래도 연인보다는 가족과의 이별이 전해지는 강도차이에서 훨씬 큰데 어쨌거나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미화되거나 합리화되지 못한 채 후회만 가득 남게 된다는 점에서 받아들여지는 아픔의 크기가 다름을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담담한 듯한 문장이지만 그와 함께 엄청난 충격이 뒤늦게 전해질 정도로 가슴 아픈 문장들이 절절하게 담겨져 있는데 이렇게나 세심하고 섬세하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 일본 소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문체라는 점에서 반갑고도 아련한 느낌을 더 받게 됐던 것 같다. 아무래도 젊은 시절 이런 일본 특유의 아련한 감정이 담긴 문장들을 꽤 좋아했었어서 어두운 소설임에도 반가운 마음과 왈칵 북받치는 감정들을 복잡하게 느껴가며 읽을 수 있다는게 그와 상반되게도 행복감이 느껴져 문장과 분위기에 휩쓸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