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의 상실 - 좋은 일자리라는 거짓말 ㅣ 전환 시리즈 2
어밀리아 호건 지음, 박다솜 옮김 / 이콘 / 2023년 4월
평점 :
"자본의 힘은 모든 인간적인 것을 게걸스럽게 집어삼키고 사회의 생혈을 빨아먹는다. 맑스의 설명엔 설득력이 있다. 실제로 우리는 일로 인해 마치 씹어뱉어진 기분이 들고,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쳐버린다." p.56
평생을 먹고 살 돈이 있어 아등바등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나의 노동력을 담보로 댓가를 지불 받는다. 하지만 그 댓가는 과연 정당한 것인가? 나의 기분이 좋을 때야 유명한 분의 말씀처럼 월급도 주면서 일도 가르쳐 주고 점심까지 주는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는 이야기에 힘든 마음을 다잡아보게 되지만 지칠 대로 지친 일상에서 연타로 훅을 맞다 보면 다 참아내고 일을 하기에는 사회적 구조나 내가 처한 상황이 너무도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곤 한다. 나에 대한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나 자신이 너무 안타깝다고 하기에는 실제로 사회 시스템이 부조리한 측면이 많다는 것은 피해 갈 수 없는 사실이다.
<노동의 상실>은 자본주의가 돈벌이라는 명목 아래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편협하게 몰아가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준다.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면서 고객들은 돈만 지불하면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도 들어줘야 된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대기업의 체계 아래 별점으로 관리되며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악의를 가진 고객이라면 그동안 내가 힘들게 일해온 노동력의 평가가 절하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자본주의 노동의 댓가로 자리매김해가는 요즘,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아야 하는 당연한 상식은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을 제기한다.
노동의 불균형 내지는 불합리함은 여성을 비켜가지 않는다. 무급으로 가정에서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지만 그것이 돈을 받을만한 일이냐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아직도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으며 여성이 임신을 하면 회사를 위해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는 무언의 압박이 행해지는 시스템은 인구 절감, 결혼율 감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한다. 그런 사회적 시스템 아래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지 않는 여성들을 이기적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조장하는 분위기 또한 악순환을 가속화 시킬 뿐이다.
<노동의 상실>을 읽노라면 부조리하다고 느꼈던 자본주의의 모순점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다. 노동의 신성함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변질되고 그릇된 형태로 일그러져 인간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음을, 불합리하다고 느끼면서도 자기 긍정화에 조금 더 노력하라는 희망적인 메시지 사이에서 내적 갈등으로 힘겨워했다면 내가 부정적인 인간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란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끼고 사고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