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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마흔 수업 -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절판
나만 뒤처진 것 같고 뭘 해도 안될 것 같고 친구들은 저만치 멀어져 있는데 무엇 하나 해낸 것 없는 나 자신을 어찌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때가 있었다. 비교하는 마음이 커지니 시기와 질투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싫어져서 괜한 일에도 예민해져서 불편한 인간관계의 악순환을 보내던 때가 있었다. 온갖 병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함께하던 이들이 결국 지쳐 떨어져 나가고 곁에 있던 가족들도 힘겨워하던 때 <언니의 독설>이란 책을 만나 들끓기만 하던 나 자신의 힘겨움을 서서히 잠재울 수 있었더랬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났고 그때처럼 심적으로 힘겹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삶의 고단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변화 없는 평범한 일상에 안주하려는 마음이 점점 커지며 뭔가 찰진 말을 듣고 싶던 차에 내 나이에 걸맞은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란 책을 만나게 되었다. 도대체 마흔이란 나이에는 뭘 이뤄야 하며 무엇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자신에게 물어보면 생각만 많아지다 결국은 시원한 답을 얻지 못한 채 흐지부지했던 적이 많았던 것 같다. 무언가 목표가 있으면 좋겠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고 싶지만 무엇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만한 열정을 태우기에는 생활이 너무도 고되기에 이상은 있지만 늘 실천 앞에 머뭇대며 시간만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마흔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나는 과연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향해 나가야 할 것인가, 같은 물음 앞에서 머뭇거리기를 수차례, 그래서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란 책이 예전 마음의 다독거림과 용기를 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남은 인생의 선을 명확하게 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역시 읽기를 잘했다 싶게 모호하기만 했던 인생의 방향을 찾은 것 같아 끙끙거리던 숙제를 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흔은 상상했던 것처럼 무엇을 이룰 나이가 아님을 강조한다. 마흔은 퍼스트 라이프의 완성이자 세컨드 라이프로 가기 위한 도약이며 인생을 하루로 계산했을 때 계획적으로 하루 일을 처리해야 할 시간인 9시 36분이라는 얘기는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왜 마흔은 꺾어지는 나이라고 했을까, 하다못해 불혹이라는 중증 진단처럼 들리는 말로 이야기하지만 정작 인생에서 마흔은 무엇을 이룰 나이가 아니라 자녀가 독립하고 이제껏 힘들게, 시간적 여유 없이 살았던 내 삶의 축제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는 오롯이 내 몫이겠지만 늘 들었던 고루한 말들을 피하고 싶은 마흔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