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 마그리트의 연인 1
유지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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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죽음 이후 살수로 자란 수현, 어릴 적 화가였던 엄마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후 따뜻한 부모의 정을 느껴보지 못한 채 자란 희주, 성장했던 환경은 달랐지만 따뜻한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두 사람은 하나의 살인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바로 희주의 엄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사건으로 이 둘이 그렇게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하며 읽으면서도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 내심 너무도 궁금해서 책장을 빨리 넘길 수밖에 없게 되는 소설이다.

상기의 밑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수현, 오래전 누나와 함께 살던 옥탑방에서의 2년여의 생활이 인생의 가장 봄날 같았던 수현은 누나가 죽던 날부터 인생의 즐거움이란 없는 생을 살아가게 된다. 반면 유명한 화가의 딸인 희주는 엄마가 죽은 후 아빠에게 방치된 채 유년 시절을 보냈고 아빠의 재혼을 피해 간 유학에서 만난 첫사랑이 다른 여자를 택하며 자신을 버린 후 이 모든 비참함의 원흉이 엄마를 죽인 범인이라 생각해 그를 찾기 위해 흥신소를 찾는다.

희주가 찾아간 흥신소에서 만난 현수는 수현과 함께 살수의 길로 들어섰던 친구로 희주가 가져온 수현의 누나 사진을 참고하여 사람을 찾아달라는 희주의 의뢰를 수현에게 이야기한다. 사람을 죽이면 얼마인지를 묻는 물음과 함께... 한편 수현은 업무 중 갑작스럽게 쓰러지며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자신이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 하지만 치료를 하면 살 수 있음에도 치료를 거부하는 수현에게 의사는 미술치료사인 희주의 명함을 건네는데... 그렇게 수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명함의 주인이 현수를 찾아와 자신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했던 희주라는 것을 알고 미술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살고 싶지만 살아서는 안되는 사람,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희주의 엄마를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수현, 숨 쉬는 것만 빼고 살아가는 방식이나 생각하는 것이 달랐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결핍이 있었으니 그렇게 점점 둘은 묘한 공감과 이해로 서서히 허물을 무너뜨린다.

아주 오래전 보았던 <편지>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섬세한 디테일까지야 다르지만 왠지 가슴 짠한 느낌이 편지란 영화를 보았을 때와 비슷하게 겹쳤기 때문인데 왠지 끝이 어떻지 알 것 같은 기분에도 이 둘의 아릿한 로맨스 때문에 도중에 멈출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가면을 가린 채 서로를 향한 저릿한 남녀의 느낌은 소설에서 느껴지는 전반적인 감정과 닮아 있다.

다른 소설과는 달리 미술치료사인 희주가 수현을 치료할 때 수현이 그리는 그림을 통해 심리 상태를 상담하는 장면에서 그림과 탈 등을 풀이하는 게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림과 탈은 사진이 직접 첨부되어 있어서 기존의 소설에서 느껴보지 못한 신선함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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