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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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이라 방심하고 있었나 보다. 이야기가 재미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눈으로 활자를 쫓고는 있었지만 나른한 몸뚱이가 글자를 온전히 다 흡수하지 못하고 흘려버리며 읽었던 탓인지 그렇게 짧은 소설들을 지나치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으잉?' 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상하다.. 이 이름 좀 전에 등장했던 이름인데...' 싶어서 앞장을 휘리릭 넘겨보던 나는 그제야 이 짧은 소설의 매력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다. 그다음 이야기부터는 퍼즐 찾듯이 익숙한 이름이 또 언제 등장할까, 어떤 이야기와 꿰어질까 두근거리는 마음이라 진정이 안되기도 했다.

<선물이 있어>는 1부에서 4부까지 17편의 단편 중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한다.

성지는 배우지만 잘나가는 배우는 아니다. 서른 중반이 넘은 나이지만 배우로 자리를 잡지 못해 동네 공부방에서 독서 논술 교사 일을 부업으로 삼고 있지만 최근 뺑소니 사고를 당하고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은 엄마와 크랭크 인을 앞둔 영화 제작이 무산된 것. 공부방 아이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 속상한 것, 잘나가지는 못해도 나름 배우인데 얼굴에 발진까지 돋는 상황이 겹치자 우울의 늪에서 허덕이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함께 연극을 하던 후배 미나가 저녁을 사주며 성지의 장점을 칭찬한다. 고달픈 삶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성지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17편의 짧은 소설을 읽다 보면 묘하게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어딘가로 통해있을지 모를 세계인 '문'과 '동성애'인데 앞에서 동성애에 허를 찔렸다면 그다음에 올 이야기에서도 이건 평범한 연애 이야기가 아니란 감이 온다. 그리고 은하와 민주란 이름이 곳곳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인공으로 등장했다가 다른 이야기에서는 친구나 지인으로 등장했다가 때론 이름만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오프 더 레코드>에 갑자기 다른 시공간에서 문을 열고 온 허 씨라는 여인을 인터뷰해 준 심원장이 다음 이야기에 이어질 <실패한 농담>에서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년의 직장 생활을 하다 다시 수능을 치러 심리학 전공을 시작했던 주인공의 조카로 등장해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무겁지 않고 유쾌하며 기발하기까지 한데 그럼에도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무엇인지 잘 전달된 것 같다. 제목처럼 선물 같은 책이랄까? 두께감이 크지 않은데 비해 읽는 속도가 더뎠던 것은 내가 놓쳤을 이름이 있었을까 싶어 앞장을 수시로 넘나들었기 때문이리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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