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플롯 짜는 노파
엘리 그리피스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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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뷰 코트라 불리는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거리에 있는 노인 보호 주택에서 아흔 살 페기 스미스가 숨을 거둔다. 의자에 앉아 해변을 바라보는 자세로 숨을 거둔 페기는 평소 협심증을 앓고 있었고 무엇보다 아흔 살이라는 노령이었기에 그녀의 죽음은 자연사로 귀결되었지만 단 한 사람, 페기의 집을 드나들던 간병인 나탈카만은 페기의 죽음을 심상치 않게 여긴다. 아흔 살이라는 나이지만 얼마 전까지 수영을 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오르며 숨 가빠하지 않을 정도의 체력이었기에 이렇게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데 거기에 더해 그녀가 죽은 장소 옆에서 M. 스미스란 이름과 함께 적힌 살인 컨설턴트라는 의미심장한 명함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페기의 죽음은 하나뿐인 아들 나이절에게 전해지고 그렇게 장례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탈카는 페기의 죽음이 아무래도 자연사가 아닌 살인인 것 같다며 경찰에 제보한다. 제보를 받은 이민 2세대 하빈더 경사는 오로지 나탈카의 추측만으로 이 사건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이윽고 노인 보호 주택에서 친분이 있었던 친구 에드윈과 오두막 카페를 운영 중인 베네딕트가 페기의 죽음을 둘러싼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하빈더, 나탈카, 에드윈, 베네딕트의 관점으로 전개된다.

평소 페기는 나이가 많아도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는데 범죄소설을 좋아해 상당한 양의 소설들이 있었는데 의아하게도 이 책을 쓴 작가들이 페기의 이름을 언급하며 헌정의 글을 남겼고 이에 의문을 가지던 페기 주변인들 앞에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려고 나타난 아들 나이절은 무엇에 쫓기는 것처럼 어머니의 책들을 빨리 처분하려고 했으니 나탈카와 베네딕트는 아들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몰래 페기의 집에 들러 책을 훑어보던 중 갑자기 총을 든 괴한을 마주하게 되고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페기의 유품이었던 책 한 권만을 가지고 달아난 괴한의 행동은 페기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것에 더 무게가 실리며 평소 페기에게 헌정의 글을 남겼던 덱스 첼로너라는 소설가가 총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더 궁금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경찰이지만 유색인종인 하빈더, 열 살이나 어리지만 함께 어울렸던 여든 살 동성애자 에드윈, 성직자의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을 포기하고 시뷰 코트 해변에서 오두막 카페를 운영하는 베네딕트, 우크라이나 출신 간병인 나탈카가 페기의 죽음을 파헤치며 각자 자신이 가진 고충들을 덤덤히 풀어놓는 이야기라 페기의 죽음이 무엇과 연관되어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개인 간의 아픔이 드러나는 이야기라 지루할 틈 없이 읽힌다.

전작인 <낯선 자의 일기>는 뭔가 색다름이 있었지만 술술 읽히는 느낌은 아니었던데 반해 이번 책은 아흔 살 먹은 노파의 죽음과 연관된 범죄 이야기가 마지막 반전을 맞이하기 전까지 내내 흥미진진해서 주제도 흥미로웠지만 내용도 재미있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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