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터 - 좋은 이별을 위해 보내는 편지
이와이 슌지 지음, 권남희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브 레터>는 이십 대에 영화로 만났고 가끔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때 찾아보곤 하는 영화이다. 책이나 영화를 한 번 이상 보지 못하는 성격에 여러 번 보았을 정도면 인생 영화라고 할만한데 볼 때마다 전엔 다 느껴지지 않았던 주인공들의 미묘한 감정선들이 보여 지루할 틈 없이 보게 된다. 아마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좋은 영화라며 히로코가 이츠키의 어머니 앞에서 눈물짓던 장면에서는 처음 보는 것처럼 눈물을 훔칠 게 눈에 선하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를 뽑으라면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지만 그렇게 러브레터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정작 원작인 소설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작이 좋았기에 기대를 품고 영화를 보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대부분이었기에 그것을 견뎌내기 힘들어 외면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겠지만 기회가 닿아 읽은 <러브 레터>는 영화의 그 감동만큼이나 좋은 소설이었다.

대학시절부터 산악동호회로 활동하던 이츠키가 2년 전 산에 올랐다가 벼랑에서 떨어지는 사고사를 당하고 약혼자였던 히로코는 그 사이 자기 곁으로 다가온 아키바의 감정과 달리 이츠키를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2년째 추모제가 있던 날 이츠키의 어머니를 집에 데려다주던 히로코는 이츠키의 집에서 졸업앨범을 보게 되었고 지금은 집이 헐려 국도가 되어버린 이츠키의 옛집으로 편지를 보낸다. 너무 갑작스럽게 자신의 곁을 떠난 애인에게 보낸 이 편지는 잘 지낸다는 답장으로 돌아와 히로코는 이츠키와의 편지를 계속 이어나간다.

2년 전 죽은 약혼자에게 보내는 편지가 답장이 되어 돌아온다면? 누군가 애인을 사칭해 악질적인 장난을 하고 있거나 정말 이츠키일지도 모른다는 미련 맞은 희망을 품게 되는 것이 이상한 것도 아닐 터, 오랜만에 히로코는 이츠키와의 편지를 통해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로 인해 히로코는 자신이 죽은 이츠키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했다는 것을, 그녀를 바라보는 아키바 또한 그녀의 마음속에 이츠키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다.

이츠키와의 편지에 들떠하는 히로코를 곁에서 바라보는 아키바의 권유대로 편지의 주인을 찾으러 오타루를 찾는 두 사람, 그곳에서 히로코는 약혼자와 이름이 똑같은 여성을 마주친다. 그것도 자신과 닮은 여성을.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궁금해하면서도 이 장면 이후로 히로코가 힘겨워하며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은 언제 봐도 가슴을 울린다.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에 백 번을 보더라도 이 장면에서는 늘 한결같이 코 끝이 찡해질 것 같은데 소설을 읽으며 원작의 감정을 잘 살려서 영화 그대로 옮겨놨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도, 소설도 너무 좋다고 하기엔 모자람이 있지만 영화에서 덜 느껴졌던 감정선이 원작을 통해 더 깊이 있게 다가와 글을 읽으며 영화의 장면들이 오버랩되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