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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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업체에서 일하는 강규호는 실족인지 누군가에게 떠밀린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고를 당해 오랜 기간 병원에 입원해 있게 된다. 한강 하류의 갈대가 무성한 기슭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되어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었지만 2년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규호. 하지만 오랜 시간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회사에서의 업무능력이 뛰어났던 규호는 다시 회사로 복귀할 수 있었고 그렇게 서서히 일상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사고 후 진료를 받고 있는 신경정신과 의사의 말대로 규호는 간헐적으로 떠오르는 기억들을 수첩에 적는 것이 일과에 하나 더 추가되었을 뿐 회사에 출퇴근하고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남는 시간에는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삶은 변함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 벽에서 발견된 금고, 떠오르는 번호들을 조합해 눌러보지만 열리지 않아 규호의 궁금증은 더욱 커져만 간다.

잃어버린 2년의 기억, 회사에서는 업무능력 평가도 좋았고 편의점 도시락과 콜라 광이라는 것 외에는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대인관계도 원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재미없어 보이는 삶을 사는듯한 규호에게 화장실에서 발견된 금고와 불시에 휘말린 싸움에서 상대방의 칼 겨눔에도 동요나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은 기억해 내지 못하는 2년의 기억을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데....

그런 규호의 뒤를 밟는 남자의 출현과 사장님 비서로 회사에 입사한 차수림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 것, 자신을 미행하던 남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흥신소에 의뢰하며 남자는 물론 그 뒤에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이 있음에 규호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대기업 회장님과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사장, 연인 관계로 발전한 차수림, 금고 안에서 발견된 이름 모를 여인의 사진 등이 복잡하게 어우러지며 <마그리트의 껍질>은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더욱 궁금증을 가져와 도중에 책을 덮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장르의 특성상 누가 범인이며 어떤 비밀이 있을지 내심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너무 잘 알고 있는 전개를 살짝 비켜 간 듯한 느낌이 있어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알맹이 없이 속 안이 텅 빈듯한 표지가 인간의 공허한 내면을 보여주는 듯해 멍하게 바라보게 되는데 그런 연관성은 이 소설과 참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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