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귀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 마음과 철학을 담아 치료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난청, 이명, 어지럼증 이야기
문경래 지음 / 델피노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의 신체 기관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 어딘가 호되게 앓았던 기억은 매일 보고 듣고 말하며 움직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이고 기쁨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 기관이 노화되고 있다는 게 확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젊은 시절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건강 챙기라던 걱정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그때는 그렇게도 잔소리처럼 들렸던 말들이 그 나이가 되고 보니 알게 되지는데 그 옛날 이런 것들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이비인후과 문경래 의사의 <당신께 귀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는 귀에 대한 질병들과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사례를 함께 소개해 준다. 인간의 신체 기관 중 중요하지 않은 곳은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당장 뼈가 부러지거나 큰 질병이 아닌 증상은 간과할 때가 많다. 고통이 있지만 간과하며 지나가는 기관 중 하나가 바로 귀가 아닐까 싶다. 당장 큰 병은 아니지만 일상의 불편함들이 모여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는 이미 귀가 많이 망가져 있을 때가 많다. 나는 옆에서 직접 보았기에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런 나조차도 귀에 대한 각종 질병이나 증상들에는 무지했다는 것을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어릴 적 엄마는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을 해주는 적이 별로 없었다. 처음에는 TV를 보니까 내 이야기를 못 듣나 보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때가 많아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 이야기하기 싫으니까 듣고서도 대답을 해주지 않는다라는 생각에 미치게 됐고 그 후로는 일부러 엄마에게 말조차 걸지 않게 되었더랬다. 그 당시 한참 감수성이 예민하던 사춘기 시절이라 더 오해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주 오랫동안 나는 엄마가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대답해 주지 않는 무정한 사람이란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엄마가 중이가 녹아서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딸 이야기도 들어주지 않는 매정한 엄마란 생각 때문에 서운함을 안고 있었는데 정작 엄마는 귓병 때문에 정말 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는 걸 알고부터 엄마한테 미안한 마음이 커졌었다. 이렇듯 듣는 게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내 경우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엄마처럼 중증은 아니더라도 귀 통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주변에서도 이석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꽤 많아 이 책이 더욱 궁금했더랬다.

이 책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답게 병원을 찾는 환자를 통해 난청, 이명, 어지럼증, 이석증, 메니에르병 등에 관한 귀 질병을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며 항간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현혹되지 말고 병원을 찾을 것을 강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색으로 인해, 주변 사람과 나의 귀 증상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보청기 장만을 생각해왔는데 알고 보니 보청기를 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한 질병이었던 사례도 있어 주변에 비슷한 증상의 누군가가 있다고 해서 나도 그와 같은 질병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귀에 대한 질병과 어떻게 치료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만 책에 담겨 있는 게 아니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세세함까지 살피는 모습과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정보와 함께 사람 사는 이야기까지 담아내 의학정보지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더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귀에 대한 질병과 자신의 이야기까지 담아내 에세이 느낌도 들어 따뜻한 귀 이야기를 들은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