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지미 친 지음, 권루시안 옮김, 이용대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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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의 모험이 좋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두려운 마음을 깨부수며 도전해 나가는 그들의 열정에 덩달이 가슴 뛰는 흥분을 느끼게 된다.

<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를 펼치기에 앞서 가보지 못한 곳들의 거대한 자연경관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고 보니 숨을 내쉬는 것도 깜빡 잊을 만큼 높은 봉우리와 절벽이 뿜어내는 자연 앞에서 인간은 그저 작고 미미한 존재란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지미 친'은 높은 산봉우리를 오르는 산악 등반가나 보드를 타고 하얀 눈을 가르며 스포츠를 즐기는 모험가의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그들과 함께 거대한 자연에 맞서거나 순응하며 험난했던 20여 년을 이 책에 담아냈다.

보통 사람들은 꿈도 꿀 수 없는 남다른 열정과 꿈이지만 늘 턱밑에서 꿈틀대는 죽음의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믿지 않는 종교 앞에서 자연스럽게 기도를 올리게 되는 글에서는 거대한 자연 앞에 한없이 작기만 한 인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몇 달을 기다려 등반을 시작했지만 눈사태 앞에서 며칠 동안 공중에서 버텨낸 적도 있고 늘 충분하지 않은 식수나 식량으로 인해 7kg이 빠지거나 돗자리에 눈을 받아 녹여 식수로 사용해야 하는 등 추위와 더위,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그 모든 곳들을 오르기 위함에도 사진에 담긴 그들의 표정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대서 오는 무기력함은 엿볼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변수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엇이 그들을 그곳으로 인도했을까?

멋진 풍경과 감탄해 마지않을, 아마 죽을 때까지 가보지 못할 수많은 곳들을 사진으로 보는데도 이렇게 숨이 막히게 두려운 마음이 드는데 그들은 어떤 신념으로 그곳에 오르게 되었는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궁금증이지 않을까.

'지미 친'은 그동안 함께 등반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를 간단하게 담아냈다. 등반가이며 사진가이기에 현란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거대한 자연을 20여 년 동안 피하지 않고 마주 본 사람이 내뿜는 단단함은 그 어떤 문장보다 더 강인하고 그래서 반대로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던 것 같다. 함께 험난한 곳을 오르며 동고동락했던 지인의 죽음을 몇 번이나 견뎌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수십 번의 죽음을 이겨낸 사람이라도 힘들었을 테지만 멋지게 담아낸 사진 한 장으로 오랫동안 그를 추억할 수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은 사진가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거기, 그곳에 함께 했던 이들과 자신의 여정을 추억하며, 그동안의 세월을 한 권에 담아낸다는 것이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겠지만 부족한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위대한 사진집이란 감탄사가 멈추질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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